85일 만에 법정 나오면서 중계돼
보석 심문선 건강 악화 주장하며
"구속 상태선 체력적 부담" 강조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에 출석해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기소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석방을 요청했다. 재구속 이후 석 달 만에 법정에 나온 윤 전 대통령 모습은 하급심 형사재판에선 처음 설치된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백대현)는 26일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특검팀 신청에 의한 중계와 공판 개시 전에 한해 언론사 내부 촬영이 허용되면서 10대가 넘는 카메라가 법정에 설치됐다. 대법정 방청석도 인산인해였다.
법원 내 구치감에서 대기하던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 윤석열을 입정 시키십시오"라는 재판부 명령이 떨어진 오전 10시 16분, 구속 피고인 전용 출입문을 통해 법정에 출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살이 많이 빠진 모습으로 짧은 흰머리에 남색 정장을 입고 수용번호 '3617'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았다.
7월 재구속 후 11차례 연속 내란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불출석하다가 이날 85일 만에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은 악화된 건강 상태를 강조하듯 이름과 주소 등을 묻는 재판부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원치 않느냐고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속삭였다.
특검팀은 프레젠테이션(PPT)을 활용해 공소사실 요지를 밝혔다. △체포영장 집행 저지 △군 지휘부 비화폰 내역 삭제 △계엄 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행사 방해 △사후 계엄 선포문 작성·폐기 △허위 공보 지시 등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윤 전 대통령은 PPT가 표출된 모니터만 응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윤 전 대통령 측도 PPT를 띄운 채 반박에 나섰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긴급재정경제명령 사례와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타임지 인터뷰 등을 거론하며 계엄 선포의 절차적 적법성 및 공보 지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특검이 내란 사건과 동일한 내용을 죄명만 달리해 기소했다는 주장도 했다.
사후 계엄 선포문 폐기 혐의와 관련해선 윤 전 대통령이 짧게 변론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지시만으로 사후 선포문에 국법상 문서로서 성격이 없어진다는 근거가 뭐냐'고 묻자 윤 전 대통령은 "저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히 (폐기에)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특검법에 명시된 신속 심리 조항에 따라 향후 주 1회 이상 재판을 열겠다고 예고한 뒤, 곧바로 보석 여부 심리를 위한 심문기일을 열었다. 다만 "보석 사건은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건강 상태 등 내밀한 신상정보·사생활이 포함될 수 있다"며 중계 카메라 철수를 명령했다.
공판 중엔 입을 잘 열지 않았던 윤 전 대통령은 신병 논의가 시작되자 건강 악화를 적극 호소하며 석방을 요청했다. 윤 전 대통령은 "1.8평짜리 방 안에서 서바이벌(생존) 자체가 힘들다"며 "앉아있으면 숨을 못 쉴 정도는 아니지만 체력적으로 법정에 하루 종일 앉아있는 게 힘들다"고 말했다.
구속 상태에선 방어권 행사에 어려움이 있다는 주장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주 4, 5회 재판을 하게 되고 주말에 특검에서 오라고 하면 가야 하는데 구속 상태에선 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특검 주장과 달리 불구속 상태에서 (형사사법 절차에) 협조 안 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부가 대법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특검팀의 수사와 기소도 깎아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얼마나 많은 재량권을 갖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기소하는 게)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다"며 "특검 조사에 두 번 나갔는데 조서 자체가 질문도 굉장히 이상하고 답변도 이상하게 돼 있어서 서명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무정지 후 관저에 있으며 대화할 사람이 경호원과 변호인들밖에 없어 그 사람들과 얘기한 건데 그것을 전부 데려다가 직권남용이라고 하니, (특검이) 알아서 기소하고 싶으면 기소하고 법정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차라리 처벌받고 싶은 심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대통령은 심문 말미에 재판부가 '보석 청구가 인용되면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계속 구속 상태에 있게 되면 출정을 거부하겠단 거냐'고 묻자, "거부보다는 원활히 하기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 구속해서 사법절차가 어그러지니 일정 조율에도 그런 점이 고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