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적으로 전화·문자···법원서 ‘중단’ 경고 서면
스토킹처벌법 9조1항 놓고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헌재 “피해자 보호 목적의 잠정·임시적 조치일 뿐”
김상환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한수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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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가해자에게 ‘스토킹범죄를 중단하라’는 서면 경고를 보내도록 정한 현행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기 위한 임시적 성격의 조치일 뿐이어서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위반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헌재는 A씨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9조1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9인 전원일치로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8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피해자에게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법원으로부터 범죄 중단을 경고하는 서면을 받았다. A씨는 이런 처분에 불복했고, 이후 자신의 스토킹 혐의 재판에서도 해당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재판 중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헌재가 따져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신청을 냈다가 기각되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스토킹처벌법 9조1항은 법원이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스토킹 가해자에게 ‘스토킹 범죄를 중단하라’는 서면 경고를 보내는 등 잠정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정한다. A씨는 유죄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사람에게 잠정 조치를 하는 게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고를 받는 사람에게 낙인 효과를 일으키고 판사에게 심증을 형성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는 법원의 서면 경고 처분이 “피해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잠정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의 조치일 뿐 사회적 비난 내지 응보적 의미를 지니는 조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서면 경고의 ‘스토킹 범죄 중단’이라는 표현에 대해선 “확정적으로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임을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킹행위 재발 우려나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 등이 소명되었음을 전제로 향후 피해자에게 스토킹행위를 하지 말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는 사실만으로 범죄사실의 인정이나 유죄를 전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경고 처분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헌재는 경고 처분에 불복할 수 있는 법적 절차가 마련돼 있어 “재판절차에서 서면 경고에 대해 다툴 기회가 충분히 보장된다”며 “스토킹 범죄 중단 경고를 받는다고 해서 특별한 법적 의무나 책임을 부과받는 등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본안 재판에서 법관의 판단은 잠정조치 결정과는 별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재판에서 법관이 유죄의 선입견을 갖게 되리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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