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등 14명 구속에도 남은 과제 많아
삼부·공천개입·양평 비롯 추가 수사 한창
'김건희 관련성' '위법 거래' 정황 찾아야
'금품 수수' '국가 자원 사적 이용' 숙제도
김건희 여사가 2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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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의혹 △매관매직 의혹 △공천개입 등 명태균 관련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 △통일교 등 건진법사 관련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은 표면적으론 16개다. 내란 특검팀(11개), 순직해병 특검팀(8개)에 비해 수사 대상이 많다. '김건희가 대통령 지위 및 대통령실 자원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의혹' 등 포괄적 규정이 많아 '사실상 수사 대상이 무한대'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광범위한 수사 대상이 되레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은 수사 초반부터 나왔다. 한정된 기간과 인력으로 제기된 의혹을 모두 규명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김 여사 처벌'이라는 목적을 정해두고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근거가 부족한 의혹까지 들쑤실 수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주력할 사건의 기준을 고심하다 '국정농단 전모'를 밝히는 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단순히 김 여사 개인을 처벌하는 게 아니라 '선출되지 않은 김 여사가 국정에 개입하고 사적 이익을 추구하면서 국가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의혹에 제대로 답하는 걸 최종 목표로 삼았다.
특검 출범 90일을 맞은 29일, 수사팀은 김 여사와 주변 인물 상당수를 구속했지만 국정농단 전모를 규명하는 작업은 진행 중이다. 한쪽에선 '지금까지 밝혀낸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얘기하지만, 다른 한쪽에선 '김 여사와 무관한 사안까지 파헤치는 것 아니냐'고 평가하기도 한다. 특검은 수사기간을 연장해 최대한 내실 있는 답변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김건희 등 9명 구속기소… 추가 구속도 5명
그래픽=신동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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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팀의 사건 처리량은 3대 특검팀 중에서도 눈에 띄게 많다. 특검팀은 90일간 △김 여사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이기훈 부회장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브로커 이모씨 △김 여사 측근 김예성씨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 이 외에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서울-양평고속도로 실무자 김모 국토부 서기관 △김상민 전 검사 △한학자 통일교 총재 △건진법사 브로커 김모씨 등 5명을 구속해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특검팀은 출범 2개월 만인 8월 29일 김 여사를 구속하면서 1차 관문을 넘었다. 공소장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표 무상 여론조사 수수 의혹, 건진법사를 통한 통일교 측 금품수수 의혹 등 검찰에서 손을 댔다가 기소하지 못한 사건들이 담겼다.
건진법사 및 통일교 관련 사건은 윤씨, 전씨, 권 의원에 이어 한 총재까지 구속되면서 기본적인 사건의 틀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통일교가 권 의원을 통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투트랙'으로 접근해 금품 및 청탁을 전달했고, 이로 인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이 훼손됐다는 게 특검팀이 판단하는 사건의 전모다.
다만 특검 안팎에선 '수사 단계에서 풀지 못한 숙제가 아직 절반 이상 남았다'는 평가가 많다. 김 여사 공소장에 담긴 사건은 이미 검찰 수사 단계에서 대부분의 증거가 수집됐고, 특검 출범 후 본격 수사에 나선 사건들은 아직 재판에 넘기지 못했다. 상당수 인물이 김 여사 의혹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혐의로 기소되거나 구속됐다는 점도 '옥에 티'로 꼽힌다.
추가 수사 한창… '김건희 흔적' '위법 거래' 과제
특검팀은 추가 수사에 힘을 쏟고 있다. 특검팀 1호 강제수사 대상이었던 삼부토건 의혹은 2023년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것이 삼부토건과 관련성이 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 김 여사와 삼부토건 간 뚜렷한 연결고리가 드러난 것이 없는 가운데, 최근 주가조작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된 이 부회장이 도주 55일 만에 붙잡힌 게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김 여사 측근으로 꼽히는 김예성씨 수사와 관련해서도 대기업들이 김 여사와 김씨 사이의 친분을 의식해 김씨 관련사인 IMS모빌리티에 투자한 것으로 봤지만 아직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재·보궐선거, 2022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 등에서 특정 후보의 공천과 선거를 도왔다는 의혹도 추가로 규명할 게 남아 있다. 특검 수사 과정에서 2022년 5월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았다고 진술하는 등 새로운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공천개입 정황 자체로 형사처벌에 이를 만한 사안이 있는지에 대해선 평가가 갈린다. 특검팀도 이런 점을 감안해 금품 공여 등 부당거래 흔적이 발견된 사건들 위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검팀은 김 여사 측에 이우환 화백의 고가 그림을 건넨 김 전 검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뒤, 김 전 검사 공천 지원과 그림 전달이 대가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과 관련해선 2022년 예비타당성 조사 착수 시점에 국토교통부 서기관이 용역사에 김 여사 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심 사안'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인수위 차원에서 노선을 변경하라고 부당한 외압을 가했는지, 김 여사 일가에서 부당하게 청탁한 게 있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특검팀은 코바나컨텐츠 협찬 의혹,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 가능한 부분을 검토 중이다.
통일교 사건과 관련해서도 △통일교가 교인들을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시키고 각종 선거에서 조직적으로 표를 동원했는지 △통일교가 권 의원에게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원 명목으로 건넨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추가로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
국정농단 전모 규명 위한 새 사건도 과제
그래픽=신동준 기자 |
특검팀은 국정농단의 전모를 규명하기 위해 기존에 제기된 의혹에만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가 사적으로 이익을 제공받고 인사 등 국정에 개입했는지가 주된 관심 사안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서성빈 드론돔 대표,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장 등의 귀중품 공여 의혹을 수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각종 금품수수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등 공직자 직무와 관련해 대가 관계가 있는지 수사해 뇌물죄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다. 귀중품 이외에 거액의 자금이 김 여사 측에 흘러들어간 게 있는지, 김 여사 측 자금이 보관된 '저수지'가 있는지도 규명이 필요해 보인다.
김 여사가 대통령실 및 정부 자원을 사적 목적으로 이용해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는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최근 본격 수사에 나선 '종묘 차담회' 의혹, 김 여사 측근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교폭력 사건 무마 의혹을 파헤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 개인 트위터 계정에 국가기관 인증 마크를 받기 위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동원됐다는 의혹, 김 여사와 그의 지인이 윤 전 대통령 여름휴가 당시 해군 함정에서 선상 파티를 하는 등 국가 안보 자산과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일각에선 김 여사 사건과 관련해 수사·조사 방해 및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도이치모터스, 명태균, 용산 이전, 디올백, '쥴리 명예훼손' 등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거나 '용산 눈치 보기'가 있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다만 내부 고발이 없다면 수사 착수가 쉽지 않은 데다, 수사 중인 김 여사 본류 사건도 적지 않아 추가 수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윤 부부 직접 개입 밝혀야… 파견검사 동요도 변수
민중기(왼쪽 세 번째) 특별검사를 비롯한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들이 7월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홍주·박상진 특검보, 민 특검, 김형근·오정희 특검보, 홍지항 지원단장. 정다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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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김 여사가 직접 개입한 국정농단 의혹의 진상을 얼마나 꼼꼼히 규명하느냐가 특검에 대한 최종 평가를 가를 전망이다. 부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거간꾼을 비롯한 주변부 수사만 광범위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김 여사가 직접 금품을 받고 대가를 제공한 정황, 부당하게 국정에 개입한 정황을 충분히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간 강도 높은 수사로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것도 과제다. 특히 특검 수사와 검찰개혁에 대한 여권의 모순된 태도로 특검팀 주축인 파견 검사들이 동요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특검 수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강지수 기자 soo@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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