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몰도바가 민주주의·유럽 지켜냈다"
러 "EU, 몰도바 돈으로 협박…내정간섭"
[키시너우=AP/뉴시스] 이고르 그로수 몰도바 국회의장 겸 행동과연대당(PAS) 대표가 29일(현지 시간) 몰도바 키시너우에서 언론에 총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러시아의 선거 개입 의혹 속에 치러진 몰도바 총선에서 친유럽연합(EU) 성향의 여당인 PAS가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다. 2025.0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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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친(親)유럽 여당 승리로 끝난 몰도바 총선을 두고 유럽연합(EU)과 러시아가 장외 대리전을 이어가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친EU 성향 행동연대당(PAS)은 50.2%를 득표해 24.2%를 얻은 친러시아 성향 애국선거연합(BEP)를 앞질렀다. PAS는 총 101석 중 55석 안팎을 확보해 단독 과반을 유지했다.
양측 지지세가 박빙이라는 분석과 달리 PAS가 낙승을 거두면서, 마이아 산두 대통령이 내건 '2030년 내 EU 가입'이 추진력을 얻고 친러 성향 야당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EU는 일제히 환호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몰도바가 또 해냈다"며 러시아를 겨냥해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어떤 시도도 그들(몰도바)의 결의를 꺾을 수 없다"고 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러시아의 엄청난 매수 시도도 자유에 헌신하는 (몰도바) 국민을 막을 수 없었다"며 "(총선 결과는) 유럽의 미래에 대한 명확한 찬성"이라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여러분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유럽의 길을 지켜냈을뿐 아니라, 러시아가 이 지역 전체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저지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내달 3일 총선을 앞둔 체코의 페트르 피알라 총리도 "몰도바 국민이 친러 정당들을 확실하게 제지했다. 이는 체코에도 희망"이라며 "체코가 러시아 부역자들에게 함락되지 않게 해달라"고 투표를 호소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체제 전복이 실패하고 유럽의 몰도바가 승리했다"며 "우리는 항상 몰도바를 지지하며, 앞으로도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몰도바와 함께 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정반대로 유럽이 선거에 개입했다며 EU를 규탄했다. 다만 선거 결과에 공식적으로 불복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레오니드 슬루츠키 국가두마(하원) 외교위원장은 "피로스의 승리(손해가 막심해 사실상 패배에 가까운 승리)로, 몰도바는 더 분열될 것"이라며 "산두는 몰도바를 우크라이나의 길로 이끌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마리야 자하로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럽은 키시나우를 수차례 방문해 PAS를 공개적으로, 뻔뻔스럽게 지지하며 재정으로 유권자들을 협박했다"며 "전체주의 브뤼셀의 내정간섭"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몰도바 당국은 EU가 아닌 가상의 '러시아 위협'을 언급하며 자국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반(反)러시아 부속국으로 전락시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이것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또 몰도바 당국이 PAS 승리를 위해 재외국민 투표소를 부당하게 운영했다고 본다.
EU 국가 내 재외국민 투표소는 301개소로 크게 늘어난 반면, 러시아와 몰도바 내 친러 분리주의 미승인국인 트란스니스트리아에는 투표소가 각각 2개소, 12개소에 그쳐 투표권이 제약됐다는 것이다.
리아노보스티는 "PAS는 해외 투표에서 78.61%을 득표했으나 국내 투표에서는 44.13%을 기록해 49.54%를 득표한 야당에 역전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 49.54%'는 PAS를 제외한 모든 야권 득표 합산이다.
다만 자하로바 대변인은 성명에서 "새 의회와 정부가 올바른 결론을 내리고 자국민 이익과 미래를 해치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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