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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6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평화’만 얻어가는 하마스, 무장해제 수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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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2시간 내 인질 전원 석방·무장해제 요구

    거부시 궤멸작전에 美 전폭 지지

    ‘평화’ 외 얻는게 없어...하마스, 수락 가능성 부정적

    헤럴드경제

    지난 6월 가자 지구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 유럽 병원 인근 하마스 지도부의 지하 시설로 추정되는 터널을 조사하고 있다.[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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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제안한 ‘가자지구 평화구상’에 이스라엘이 합의하면서 공이 하마스로 넘어갔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합의를 공식 발표한 후 72시간 내에 하마스가 모든 인질을 석방하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에 돌아가는 정치적 보상이 없다는 점에서 합의를 수락하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구상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종전한 후, 가자 지구에 제3의 민간기구로 임시정부를 세우는게 골자다. 이스라엘도 하마스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도 가자지구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병력을 철수시켜야 하지만, 접경 지대에는 안전 유지를 위해 일부 병력을 남겨놓을 수 있도록 했다. 무장을 해제하기로 한 하마스 구성원은 사면하고, 가자를 떠나겠다면 충돌없이 수용국으로 갈 수 있게 하겠다는 안도 포함됐다.

    이 같은 안을 거절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 돌입하게 된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합의를 거부하거나 어길 경우에 대해 “이스라엘은 스스로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하마스 완전제거를 위한 작전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하마스가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네타냐후 당신은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데(하마스 축출) 있어 더욱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궤멸작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이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하마스가 평화구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평화안을 수락하면 하마스는 가자지구의 평화 외에는 얻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무장 단체에 무장을 해제하라는 요구만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마스는 1987년 창설 이래, 이스라엘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무력으로 팔레스타인 해방을 추구하며 지지층을 결집했다. 이들에게 무장 투쟁은 다른 경쟁 정파와 차별화되는 정체성이자,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실효적으로 통치하게 한 원동력이다.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사실상 조직을 해체한다는 뜻이다.

    정치적 보상이 없는 무장해제는 지지자들에게 ‘항복’으로 비춰질 수 있고, 조직의 구심점을 잃어버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하마스는 인질을 협상카드 삼아 국제사회에서 명맥을 이어왔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아넬 셸라인 연구원은 하마스가 지금까지 엄청난 군사적 압박 속에서도 버텨왔는데, 갑자기 자신들의 존재를 포기하는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셀라인 연구원은 “하마스가 이 제안을 거부할 거라는 걸 미국 자신도 알고 있다”며 “이는 팔레스타인 측이 평화를 가로막는 것처럼 비치도록 만드는 데 활용될 것”이라 진단했다.

    워싱턴아랍센터의 유세프 무나예르 선임연구원은 더 나아가 “전 세계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거부하는 이 시기에 가자지구 대학살에 대해 정치적 은폐를 만들려는 시도”라 비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시기에 이스라엘에만 유리한 협상안을 내놔, 협상 결렬의 책임을 팔레스타인에 지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하마스 측은 일단 “아직 문서를 못 받았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하마스 당국자 마흐무드 마르다위는 알자지라에 “문서를 받으면 다른 정치 파벌들과 함께 검토할 것”이라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관리인 타헤르 알-노우누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이익과 충돌하지 않는 어떠한 제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에 이익이 가지 않는 요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 특히 아랍권의 압박은 하마스가 외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에서 카타르, 튀르키예 등 하마스의 동맹국들을 포함한 아랍·무슬림 국가들에 평화구상을 설명했고, 지지를 얻어냈다. 유럽 주요국들도 평화구상안이 전해지자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나선 파니코프 연구원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하마스가 전쟁 종식을 원하는 무슬림 세계의 단합된 지도부로부터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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