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현지료해'가 김정은 '현지지도' 보완 기능"
북한 박태성 내각 총리, 남칠농장 등 시찰 |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북한이 중앙 정부의 시장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 20여년 만에 국정 가격과 임금을 대폭 올렸다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3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 기고한 보고서에서 북한 전문 매체와 내부 소식통, 탈북민 등을 통해 북한이 2023∼2024년 국정가격 및 임금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북한이 국정가격과 임금 등을 대폭 인상한 건 2002년 7월 1일 경제관리개선 조치 이후 20여년 만의 일이라고 양 교수는 전했다. 당시 북한은 국정 가격(평균 25배)과 임금(18배), 환율(70배)에 대해 대폭 인상을 단행했다.
양 교수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데일리NK 등 매체를 인용해 식량을 판매할 때 국정가격을 쌀 kg당 46원에서 2천원으로 42.5배 인상했다고 소개했다. 정부가 운영하는 양곡 판매소가 협동농장 주민으로부터 쌀을 수매할 때 가격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주민들은 굳이 장마당에 쌀을 내놓을 이유가 사라져 정부의 유통망 통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양 교수는 "(북한) 정부가 장악하고 있는 유통망인 양곡 판매소와 국영상점은 기존의 국정가격 수준보다 훨씬 높은 시장가격을 수용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소비자들이 높아진 가격을 감당하도록 임금도 대폭 올렸으며, 인상 폭은 약 10∼20배 정도로 추정된다고 양 교수는 전했다.
양 교수는 "이번 가격 정책의 목적 중 재정 수입 확충은 당장은 직접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로 인한 시장 환율 및 물가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은 2002년 때와 달리 2023∼2024년에 이뤄진 임금 인상 등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단계적으로 천천히 추진하는 김정은 시대 경제 정책의 특징이라고 양 교수는 분석했다.
북한 박태성 총리, 곡창지대 황해남도 시찰 |
김정은 집권 이후인 2011년부터 북한 고위 관료의 경제 현장 시찰 활동인 '현지료해(파악)'가 증가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지료해'의 주체는 통상 고위 관료가 단독으로 수행하는데 최고지도자가 수행원을 이끌고 시찰하는 '현지지도'와는 구분된다.
황주희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노동신문을 분석한 결과 '현지료해'라는 단어는 2011년 처음 등장했으며, 2012년 본격적으로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요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고위 관료의 활동 기사는 총 649건으로 연평균 약 46회의 시찰이 이뤄졌다.
직책별로는 내각 총리가 518회로 가장 많았으며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71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37회 수행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현지지도' 횟수가 줄어든 해에는 '현지료해'가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현지료해'가 김정은의 '현지지도'를 보완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사실상 내각의 활동을 통해 관행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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