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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취업과 일자리

    산재 줄이려다 수백곳 공사 중단 … 현장 일자리 13%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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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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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이력 건설사는 공공시장에서 퇴출.'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의 전방위적인 안전규제 압박에 직면한 건설업계는 붕괴 직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망사고 발생을 우려한 건설사의 소극적 움직임으로 공사 자체가 줄어들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대형 건설사들에서도 수천 명을 내보내는 구조조정이 조용히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고 발생 시 공공사업 퇴출'까지 거론되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는 모습이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의 공공사업 참여 요건이 급격히 까다로워지고 있다. 조달청은 지난달 18일 중대재해 발생 업체의 조달사업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의 가점제를 배점제로 전환하고 중대재해에 대한 감점을 신설했다. 50억원 이상 공사에만 적용되던 사고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비율) 감점을 50억원 미만 공사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새 정부 공공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민간참여사업 평가항목에서 안전·품질 관리 기능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중대재해를 반복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3년간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기업이 또다시 중대 사망사고를 내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단 한 번의 사고가 회사의 존폐를 가를 수 있게 된 셈이다.

    매일경제

    이 같은 규제 강화는 이미 '몸집 줄이기'에 한창이던 업계의 구조조정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공포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의 지난 6월 말 기준 총 고용 인원은 5만368명으로 1년 전(5만3221명)보다 2835명(5.3%) 줄었다. 특히 고용 유연성이 높은 기간제 근로자가 1년 새 2354명 줄어 전체 감원 인력의 82.4%를 차지했다.

    DL이앤씨에서만 1년 새 607명이 짐을 쌌고, 대우건설에서도 519명이 회사를 떠났다. GS건설 역시 같은 기간 156명 감소했다. 이미 올 상반기에만 대형 건설사에서 3000명에 가까운 인력이 짐을 싼 가운데 강화된 규제가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것이란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현장 인력을 줄이는 칼바람 속에서도 안전 관련 조직 확충은 강제되고 있다. 다수의 건설사가 최고안전책임자(CSO) 조직에 힘을 싣는 중이다. 인력 감축으로 비용은 줄이되 안전 관리에 무게를 두는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우건설은 CSO 산하에 본사와 현장을 총괄하는 담당 임원 두 명을 선임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CSO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해 현장 안전 관리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또 앞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포스코이앤씨는 CSO를 사내이사로 임명했고, GS건설은 CSO를 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이는 안전 역량 강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공사비용 전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특히 경기 침체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전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비용과 정부가 검토 중인 적정임금제 도입만으로도 현장 운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공사비 현실화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비용이 늘어날 경우 수익성 악화는 물론 안전사고 위험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각종 지표로도 확인된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경기가 침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선행지표와 동행지표 모두 부진해 내년까지도 업황 부진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물량 기준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은 2023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올해 7월까지도 16.5% 감소했다. 건축착공면적은 기저효과로 작년 18.6% 증가했으나 올해 7월까지는 12.8% 감소한 상태다.

    특히 동행지표인 건설기성(실제 공사액)은 18.6% 급감하며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기성은 공사 진행 실적을 의미하는 만큼 건설기업의 재무와 고용 현황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착공 물량 축소로 인한 충격이 누적되면서 단기간 내 회복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건정연은 "최근 안전사고 규제 강화 등에 따라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이 지연·중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황 심리는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반기 이후 수주·착공 물량의 반등이 확인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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