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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가상화폐의 미래

    “미국은 비트코인 국유화 논의하는데”…한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없어 ‘깜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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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소비자연구원·민병덕 의원실 공동 세미나
    비자·블랙록 등 금융혁신 속 한국만 ‘갈라파고스’ 우려
    민병덕 의원 “STO·ETF 입법 지지부진, 이대로면 도태”
    핀테크학회장 “시세조종 막다가 시장안정 기능까지 차단”
    기업들 BTC 매집 열풍 국내는 법적 성격조차 모호
    ‘환불·유동성 공급’ 소비자 보호 구멍 숭숭
    김미영 금감원 부원장 “정보 비대칭 해소가 핵심”
    업계 자정 노력 및 촘촘한 안전망 구축 주문


    매일경제

    10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세미나 전경.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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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신의 속도를 따라가기에 대한민국의 제도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토큰증권(STO) 법안은 며칠 전 정무위에서 간신히 논의가 시작됐고, 현물 ETF 관련 법안도 남아있습니다. 혁신은 이미 현실이 되었는데 우리의 안전망과 규제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10일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 디지털소비자연구원(원장 문정숙)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한 ‘디지털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민 의원은 한국의 더딘 입법 속도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는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부원장)을 비롯해 학계, 법조계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1000만 투자자 시대를 맞은 국내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해법을 모색했다.

    ◆ “美·EU는 뛰는데 한국은 걷는다”
    매일경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 의원은 이날 “글로벌 시장은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는데 한국만 규제 공백에 머물러 있다”며 국회 차원의 조속한 입법 논의를 약속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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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축사에 나선 민병덕 의원은 글로벌 금융 시장의 흐름이 ‘디지털 전환’을 넘어 ‘온체인(On-chain) 금융’으로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 의원은 “JP모건과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 공룡들이 토큰화된 국채와 유동성 펀드를 출시하며 인프라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실험이 아니라 국가 금융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임병화 성균관대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100% 준비금을 의무화하고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검토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환거래법 개정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의 해석과 규율이 명확하지 않아 시장의 혼선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2단계 입법으로 불확실성 해소”
    매일경제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김 처장은 급변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역할과 책임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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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 당국은 시장의 우려를 인지하고 제도적 보완을 약속했다. 김미영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은 “전통적인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 등을 포함한 2단계 입법을 통해 규제 공백을 메우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특히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이용자 재산 보호와 불법 거래 차단을 통해 건전한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 미국은 스테이블코인·토큰화로 금융 혁신 vs 한국은 ‘규제 불확실성’ 갇혀
    매일경제

    올해 들어 기업과 정부의 비트코인 매집세가 가파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필두로 한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전체 공급량의 7%를 넘어섰다. [자료=코인게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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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제자로 나선 임병화 성균관대 경영대학(핀테크융합전공) 교수는 주요국의 디지털 자산 전략이 ‘육성’과 ‘인프라 혁신’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분석했다.

    임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100% 준비금 의무를 법제화하고, 토큰화를 금융 인프라 혁신의 핵심으로 수용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암호자산법(MiCA)을 통해 단일 시장 규칙을 확립하고 증권형 토큰 인프라를 실험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규제의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은 파격적이다. 비자는 서로 다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며, 올해까지 AI 에이전트가 블록체인망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블랙록과 프랭클린템플턴 등 월가 대형 운용사들은 펀드 토큰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량도 급증세다. 올해 9월 기준 글로벌 100대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은 100만개를 넘어섰다. 기업과 정부가 보유한 총량은 약 150만 BTC(약 1715억달러)에 달해 전체 공급량의 7.14%를 차지했다. 비트코인이 단순 투기 자산이 아닌, 기업과 국가의 전략적 준비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 “테더 5700원 참사, 유동성 공급자 부재 탓”
    매일경제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이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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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한국 시장의 기형적인 구조가 소비자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월 빗썸에서 발생한 테더(USDT) 가격 급등 사태를 예로 들었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발언 직후, 타 거래소에서 1600원대이던 테더 가격이 빗썸에서만 5755원까지 치솟으며 대규모 강제 청산 피해가 발생했다.

    김 회장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세 조작을 우려해 유동성 공급(Market Making) 행위를 일괄적으로 금지한 탓에, 일시적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안전판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처럼 불공정 시세 조작과 합법적인 시장 조성 행위를 구분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스테이블코인, ‘결제 취소’ 안 돼 소비자 피해 우려
    매일경제

    스테이블코인의 소비자 보호 쟁점인 ‘결제 취소(Chargeback)’ 불가 문제. 김형중 회장은 기존 카드사와 달리 중개 기관이 없는 코인 결제에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에스크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자료=한국핀테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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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불확실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용카드는 ‘청구 취소(Chargeback)’ 기능을 통해 사기나 오결제 시 소비자를 보호하지만,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적으로 거래 되돌리기(비가역성)가 불가능하다.

    김 회장은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의 대용물일 뿐 법적 강제통용력이 없고 예금자 보호도 받지 못한다”며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의 에스크로 기능을 도입하거나 제3자 중재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소비자 보호 장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해외 거래소들이 스테이블코인 예치 시 3~4%대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국내는 관련 규정이 없어 투자자들이 ‘이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외국환거래법 개정으로 가상자산이 지급수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가 단순 규제를 넘어 산업 육성과 소비자 보호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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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디지털자산과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세미나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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