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명 고용 울산서 자구노력
샤힌 프로젝트로 더 큰 주목
대산·서산 NCC 단지도 영향
방안 나오면 금융지원 예상
인력 축소 지역사회 우려도
샤힌 프로젝트로 더 큰 주목
대산·서산 NCC 단지도 영향
방안 나오면 금융지원 예상
인력 축소 지역사회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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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석유화학산업단지가 국내 석화산업 구조조정 시험대에 올랐다.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울산의 주요 에틸렌 생산 기업들이 먼저 나서면서 정부 주도 일방통행식 구조조정이 아닌 업계 자율 재편의 길이 열리고 있다.
이번 합의는 여수·대산과 함께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로 꼽히는 울산에서 처음으로 기업 주도의 구조조정 의지가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3사는 우선 외부 전문 컨설팅 기관을 선정해 현황 분석과 전략 자문을 받기로 했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산업통상부에 구체적인 재편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울산 단지에는 NCC 보유 기업이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 두 곳뿐이지만 곧 상황이 달라질 전망이다. 약 9조3000억원이 투입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울산 석화단지 위상은 크게 높아진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 분야 최대 규모의 건설 프로젝트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체제를 갖추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러한 생산량 확대가 과도한 경쟁을 일으켜 침체에 빠진 시장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가 스스로 발걸음을 뗀 데에는 정부의 압박도 강하게 작용했다.
산업통상부와 금융위원회는 업계에 “자구 노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금융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해왔다. 일부 기업이 설비 감축 효과만 얻는 ‘무임 승차’를 차단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업계에서는 울산 3사의 선제적 합의가 정부의 금융·세제 지원을 끌어내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동 협약에 따르면 기업이 사업 재편 계획과 자구 노력을 제출하면 채권단은 자율협의회를 거친다.
이 방안이 산업통상부와 채권단의 기대를 충족할 경우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에 따라 만기 연장, 금리 조정, 이자 유예 등 금융 지원을 결정할 수 있다.
산업부와 금융위는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업계 대상 금융 지원 설명회를 열고 금융권 공동 협약 세부 내용을 공유했다. 주요 석화기업 14곳이 참석해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넓혔다.
이번 울산발 구조조정 논의는 여수와 대산 단지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충남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도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가동 중인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위한 양사 간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울산만을 사이에 두고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우리나라 최대 산업단지이다. <자료=울산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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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이러한 기업 간 협상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최근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 주식 매각을 통해 약 2조원 규모 유동성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 결정은 최근 은행권이 벼랑 끝에 몰린 석화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강조한 데 대한 화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이 이미 2조원 규모의 주식 스왑을 통해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선 것처럼 대형 기업들도 자체 방안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울산의 사례는 국내 석화업계 전반에 대한 자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울산 지역 노조와 시민사회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석화산업단지에만 2만명 이상 종사하는 상황에서 구조 개편이 급격히 추진되면 대규모 인력 축소와 하도급 업체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노조 입장에서는 정부가 기업 경쟁력만 강조할 뿐 고용 불안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지역 사회 의견을 반영한 재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시민단체 역시 국가 지원이 현장에서 고용 안정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며 울산의 산업 의존도를 고려한 장기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울산시는 정부 정책 방향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지역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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