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29일 트럼프 일정에 주목
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인 3일 인천 강화군 강화평화전망대에서 실향민 가족들과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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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추석 연휴 첫날인 3일 북한 접경 지역을 찾아 “남북 관계 개선”을 언급하며 대화를 전면 거부하고 있는 북한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에 대화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여권에서는 “이달 말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걸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깜짝 만남’이 이뤄지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란 말이 나왔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당일치기’로 방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실향민과 함께 인천 강화군의 강화 평화 전망대를 찾았다. 이 대통령은 “하루빨리 남북 간에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혈육 간에 서로 생사도 확인 못 하는 이 참담한 현실이 빨리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며 “북측에도 이런 안타까운 점들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단절돼 상태가 매우 안 좋고 적대적으로 변했다”며 “가장 큰 책임은 정치다.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의 부족함 때문이라는 자책감을 갖는다”며 “이산가족이 생사 확인이라도, 하다못해 편지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남북 모든 정치의 책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남북 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황에서 여권은 이달 말 APEC을 계기로 이뤄지는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참석 전 27~29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오전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경주에서 APEC 비즈니스 서밋,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갖는 것으로 일정이 조율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12시간 정도 체류하고, 31일 APEC 개막식과 11월 1일 본회의는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처럼 이례적인 일정에도 여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종의 북한 관련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올해 안에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미 백악관 관계자도 지난 3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 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19년 6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판문점 회동’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29일 일본에서 열린 G20(20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가 방한 직전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정은에게 회동을 제안했고, 김정은이 응하면서 다음 날인 30일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다. 사전 조율이 있었겠지만 길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는 2019년에 비해 북한이 모든 연락선을 끊어버렸고 ‘적대적 두 국가’ 선언까지 한 상황이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 좋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뭘 하려고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북 접촉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면서도, 미·북 관계 개선이 남북 관계 개선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하고 있지만, 북한이 미국만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려는 상황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달 3일 열린 중국 전승절 행사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이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김정은과 만날 가능성이 아예 없어 ‘없던 일’이 됐다”며 “북한이 우리를 아예 없는 셈 치겠다는 태도여서 우리 정부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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