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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12명 한 방에서 자던 팔레스타인 난민, 노벨상 수상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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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부모가 가자 떠나 요르단으로
    15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학위 취득
    팔레스타인 물론 아랍권 축하 물결


    한국일보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인 오마르 야기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브뤼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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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난민 출신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60)의 인생사가 주목받고 있다. 야기는 가축과 함께 방을 쓰던 열악한 환경을 딛고 분자 관련 연구에 매진했고, 신소재를 개발해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야기가 팔레스타인 출신 과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난민 부모를 둔 야기 교수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부모는 1948년 가자에서 탈출해 요르단으로 이주했다. 그는 요르단 암만에서 자랐는데, 한 방에서 12명이 생활하는 건 물론 기르던 가축도 방 안에 있었다. 야기 교수는 "부모님은 읽거나 쓸 줄도 몰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난민 출신인 부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식들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덕분에 그는 15세 때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미국으로 이주해 커뮤니티칼리지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1983년 올버니대에 편입했다.

    그는 미국에 오기 전부터 화학에 관심이 있었다. 10세 때 암만의 공공도서관에서 분자 다이어그램을 처음 봤는데, 보자마자 흥미를 느꼈다. 야기 교수는 "나중에서야 그것이 세상을 구성하는 분자임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미국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12년부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로 재직했다.

    분자 관련 연구에 매진한 야기 교수는 이날 기타가와 스스무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 호주 멜버른대 교수와 함께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금속–유기 골격체(MOFs)라는 다공성 신소재를 개발한 기여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 화합물은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야기가 개발한 다공성 신소재는 수질 오염, 온실가스 배출 등 세계적 문제 해결에 적용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야기 교수는 8일 수상 소감에서 "과학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평등의 힘"이라며 "똑똑하고,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과학은 우리가 서로 대화할 수 있게 해주며, 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는 앞으로도 중요하고 열린 사회는 이를 장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겨냥한 '뼈 있는' 말로 보인다.

    야기 교수의 수상 소식에 팔레스타인 유엔 대표부는 "팔레스타인 난민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권도 축하를 보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야기의 업적은 요르단의 자부심"이라며 "요르단인들이 어디에서든 세상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아랍에미리트 총리는 "아랍 세계들은 천재들로 가득 차 있다"며 "우리의 젊은이들과 과학자들에 대한 자신감을 되찾자"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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