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휴전 합의 소식에 환호하며 축하하고 있다. 칸유니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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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시한 가자 평화안 1단계에 동의해, 가자전쟁이 중대한 고비에 들어섰다. 이번 합의가 확실한 종전으로 가려면, 수많은 사안에서 세부적 합의와 실행이라는 난관을 넘어야 한다.
합의 배경
합의가 이뤄진 8일(현지시각)은 하마스가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가자전쟁이 터진 지 2주년이 하루 지난 날이다. 가자전쟁 2주년을 앞두고,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을 낳은 확전을 고집해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극우 내각에 대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각) 가자 평화안 1단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동의해 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가자 철군이 임박했다고 발표하자, 가자의 칸유니스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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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은 지난달 16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라고 규정했다. 영국·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21~22일 유엔 총회 개막에 즈음해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전쟁의 조기 종전을 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백악관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20개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제시하고 수용을 압박했다. 하마스에는 “지옥과 같은 대가” “네타냐후에게 마음껏 하게 할 것” 등의 협박을 하며 수락을 강요했다.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에 봉착한 네타냐후 총리도 평화를 향한 시늉도 없이 가자전쟁 2주년을 넘길 수 없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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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내용과 이행 전망
네타냐후 총리는 9일 하마스와의 합의를 승인하기 위해 내각을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각 승인이 완료돼야 평화안 1단계가 시작될 수 있다. 그는 성명에서 “오늘은 이스라엘에 있어 위대한 날”이라고 말했다.
1단계 합의의 또 다른 축인 이스라엘군 철수와 관련해 트럼프가 말한 “합의된 선”은 가자지구 내의 이른바 ‘황색 선’으로, 1차 철수선이다. 이 철수선은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사이 완충지대보다 안쪽에 있다. 협상이 실패하면 이스라엘이 통제할 수 있는 지역으로 간주된다. 이스라엘군의 철군이 취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칸유니스, 라파흐 등지에서 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문제와 차기 과제들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는 아들을 둔 어머니가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인질 광장’으로 불리는 광장에서 이스라엘-하마스 1단계 휴전 발표를 듣고 기뻐하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펼침막에는 인질로 잡혀 있는 이들의 얼굴 사진이 붙어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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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석방과 이스라엘군의 초기 철군만 합의됐을 뿐이다. 하마스가 인질 석방의 조건으로 제시한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의 대상과 규모부터 문제다. 하마스가 8일 건넨 석방 요구 명단에 포함된 수감자는 차세대 팔레스타인 지도자로 거론되는 마르완 바르구티,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PFLP)의 지도자인 아흐마드 사아다트를 비롯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250명 등 수백명이다. 이스라엘은 바르구티의 석방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를 석방하면 극우 각료들이 연정을 탈퇴할 것이라고 미국 쪽에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의 20개항 평화안에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해체가 포함됐으나, 이번 합의에서는 언급이 없다. 또한 종전 뒤 누가 가자를 통치할지도 명확한 합의가 없다. 트럼프와 이스라엘, 아랍 국가들은 하마스 배제를 합의했다. 트럼프가 평화위원회 의장이 되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실질적 자치당국 수반이 되는 안도 거론된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감독하고 아랍 및 이슬람 국가들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관료로 구성된 정부에만 가자 통치권을 이양하겠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종전이 이뤄지면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허용했던 것에 대한 책임론과 극우 각료들의 연정 탈퇴 위협에 봉착해야만 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단 종전에는 합의하지만, 실행을 위한 조건을 문제 삼아 종전은 실행되지 않는 상태를 끌고 갈 수 있다. 하마스도 무장 해제 등을 놓고 옥신각신하며 실질적 영향력을 온존할 가능성이 크다. 종전은 선포됐으나 실행은 지연되거나 모호해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가자전쟁 1단계 휴전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직후,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 설치된 천막에서 팔레스타인 소녀가 웃음을 머금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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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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