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18A는 사실상 2나노미터급 공정으로, 새롭게 설계된 리본펫(RibbonFET) 트랜지스터와 파워비아(PowerVia) 백사이드 전력 기술이 결합된 노드다. 이 공정은 단순한 미세화 경쟁을 넘어 전력 효율과 성능 균형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업계에서는 이번 18A를 통해 인텔이 기술 설계 측면에서 TSMC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상당 부분 좁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파워비아는 전력 공급 경로를 칩의 반대면으로 옮겨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는 기술로, TSMC보다 한 발 앞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팬서 레이크는 인텔이 수년간 추진해온 ‘멀티 칩렛 아키텍처’ 전략의 정점에 서 있다. 성능 코어(P-core)와 효율 코어(E-core)를 조합한 구조를 기반으로, 전 세대 대비 CPU 성능이 최대 50% 이상 향상되었으며, 통합 그래픽(GPU) 성능 역시 50% 가량 개선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연산 성능은 초당 180조 회 연산(TOPS) 수준에 달해, 로컬 환경에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직접 구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18A 공정의 또 다른 의미는 ‘메이드인 아메리카(Made in U.S.)’ 제조 복귀다. 팬서 레이크를 비롯한 18A 기반 제품은 모두 미국 애리조나 주 챈들러의 최신 팹(Fab 52)에서 생산된다. 오리건 연구개발(R&D) 센터와 뉴멕시코 패키징 시설을 포함해, 인텔은 미국 내에서 설계·제조·패키징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는 공급망 리스크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자립’ 전략의 핵심 축을 인텔이 담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이후, 자국 내에서 2나노미터급 첨단 공정을 실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인텔이 사실상 유일하다.
AI PC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인텔은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팬서 레이크는 전력 효율과 AI 가속 기능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중심에서 온디바이스(On-device) AI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흐름에 대응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로컬 AI 동작 모델을 적극 추진하는 상황에서, 인텔은 OEM 생태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AI PC 표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같은 공정 기반의 서버용 제품 ‘제온 6+’(코드명 클리어워터 포레스트)는 최대 288개의 E코어를 탑재하고 전 세대 대비 17%의 IPC 향상을 구현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통신 사업자 등 고밀도 환경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한다.
물론 현실적인 과제도 남아 있다. 18A 공정의 수율이 아직 완전히 안정화되지 않았고,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파운드리 사업의 신뢰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인텔이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를 병행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재무적 압박 또한 상당하다. 그러나 업계 전반에서는 이번 18A 공개가 단순한 ‘기술 복귀 시도’가 아닌, 인텔이 실제로 공정 리더십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은 이제 미세 공정의 숫자를 넘어선 ‘총체적 기술력’ 경쟁이다. 전력 효율, 패키징 기술, 제조 위치, 그리고 생태계 통합력까지 모두가 변수다. 인텔은 이번 18A를 통해 그 복합적 경쟁 구도 속에서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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