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 "자민, 비자금 스캔들 대책 불충분"
우군마저 등 돌리며 위기 맞은 다카이치
새 연정 파트너 찾아야 총리 지명 가능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와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사이토 데쓰오 대표가 10일 도쿄 국회에서 회담하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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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정치 개혁 방안에 대한 이견으로 연립정부 탈퇴를 선언했다. 1999년부터 이어진 일본 연정 체제가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재 선출로 26년 만에 무너지게 됐다. 자민당이 소수 여당이라 연정을 확대해도 아쉬운 상황에서 오랜 파트너인 공명당마저 등을 돌린 것이다. 자민당이 새 연정 파트너를 찾지 못할 경우 '일본의 첫 여성 총리 탄생'도 무산될 수 있다.
다카이치 총재와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10일 도쿄 국회에서 연정 유지 여부를 두고 최후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사이토 대표는 "자민당으로부터 충분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연정 탈퇴 의사를 밝혔다.
공명당은 앞서 다카이치 총재의 우익 성향과 '자민당 계파 비자금 스캔들' 대응을 문제 삼으며 "연정 유지 여부를 고민하겠다"고 언급해 왔다. 일각에선 지난 7일 양당 대표 회담에서 역사 인식과 외국인 배척에선 접점을 찾았기에, 이날 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다카이치 "일방적 연정 탈퇴, 매우 유감"
사이토 데쓰오(가운데) 대표를 비롯한 일본 공명당 지도부가 10일 도쿄 국회에서 자민당과의 연립정권 유지 여부에 대한 양당 대표 회담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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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당은 비자금 스캔들 대책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2023년 12월 자민당 내 계파 일부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거둔 비용을 비자금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다카이치 총재는 당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안게 됐지만, 비자금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하기우다 고이치 의원을 간사장 대행으로 기용해 비판이 쏟아졌다.
공명당은 이에 기업·단체 후원금 수령 가능 대상을 당 본부와 47개 광역자치단체 지역조직으로 제한하는 정치자금 개혁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민당 내부에서 "받을 수 없는 안"이라며 반발하자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의 요구를 거절했다. 사이토 대표는 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카이치 총재는 '지역 여론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공명당의 정치자금) 규제책을 지난 1년간 요구했는데도 자민당은 그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공명당의 연정 탈퇴로 26년간 유지해 온 '자공(자민·공명) 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사이토 대표는 "자공 연정은 백지 상태가 됐고, 지금까지의 관계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공명당이 일방적으로 연정 탈퇴를 전했다. 매우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카이치, 유신회와 손잡고 총리 될까
다카이치 사나에(가운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가 10일 도쿄 국회에서 열린 연립여당 공명당과의 양당 지도부 회담장에 들어가고 있다. 도쿄=지지·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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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당은 최악의 경우 정권을 뺏길 위기에 처했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보통 중의원(하원) 원내 1당(현재 자민당·196석) 대표가 국회 총리 지명 투표를 통해 총리로 선출된다. 그동안 자민·공명 연립정권이 중의원 의석의 과반(233석)을 차지했기에 자민당 총재가 무난하게 총리로 선출됐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 결과 소수 여당이 되면서 야당과의 협력 없이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수 없게 됐다. 공명당(23석)이 입헌민주당(148석), 국민민주당(27석) 등 다른 정당과 손잡을 경우 야권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이토 대표는 "총리 지명 투표에서 다카이치를 쓸 수 없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재는 서둘러 다른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우익 성향의 정당인 일본유신회(35석)와 손잡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지지통신은 "다카아치 총재가 총리로 선출될 문턱은 한층 높아졌고 향후 정국도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연정 붕괴에 따른 혼란으로 총리 선출을 위한 임시국회 소집도 늦어질 전망이다. 이달 26일부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정상 외교 일정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총리 선출 지연으로 외교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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