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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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024년 보건복지백서에서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주요 ‘성과’로 기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2024년 자체평가보고서’에서도 지난 정부 의료개혁 과정 전반을 ‘매우 우수’로 평가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의료공백과 비상진료체계 가동 등 이 과정에서 발생한 국민 불편에 대한 평가는 언급하지 않았다. 복지부가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자초한 의·정 갈등에 대한 성찰 없이 자화자찬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복지부는 지난 8월 발간한 ‘2024 보건복지백서’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의료자원의 합리적 육성’으로 평가했다. 백서에는 “의사인력 확충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라며 “전문가들의 우리나라 의사인력 중장기 수급추계에 따르면 2035년에는 현재 대비하여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전망됐다”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로 활용했던 서울대 홍윤철 교수 논문 등을 재인용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간한 ‘2024 보건복지백서’에서 소개된 의료자원의 합리적 육성 부분. 윤석열 정부에서 의대정원 증원 근거로 활용했던 연구들을 재인용하고 있다. ‘2024 보건복지백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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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갈등으로 불거진 문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논의된 내용도 성과처럼 소개했다. “의사인력 확충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및 사회적 논의도 적극 진행하였다”며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5058명(2000명 증원)으로 확대하여 2035년까지 최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는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27년만에 의대정원 확대를 통해 필수의료 인력 등 사회 수요를 충족하는 충분한 의사 수 확보 추진”이라고 평가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8월 발간한 ‘2024 보건복지백서’에서 소개된 보건분야 성과.의대정원 확대 추진이 명시돼 있다. ‘2024 보건복지백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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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의대 증원 문제는 현재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고 있어 그 평가를 단정적으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복지부가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백서 발간 계획을 세우고 내용을 작성했다. 게다가 앞으로 의대정원 확대 여부는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과학적 근거에 따라 추산한다. 복지부가 성급히 ‘확대’로 못 박고, 성과로 소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의대 2000명 증원은 윤석열 정부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숙의 없이 추진함에 따라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백서 발간사에서 “지난 한 해 동안의 보건복지 정책의 주요 성과와 방향을 정리한 소중한 기록”이라고 총평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장관이 후보자였던 지난 7월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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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의원은 “감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안을 성과로 포장하는 것은 명백한 국민 기만이자 사실관계 왜곡”이라며 “이것이 윤석열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복지부의 공식 평가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보건복지백서는 연도별 보건복지정책 추진 내용을 소개하는 목적으로 발간돼 의·정갈등 등 개별정책 관련 경위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았다”며 “의사 1만 명 부족 관련 사항은 당시 의사인력 정책의 추진배경을 소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자화자찬만 쓸 거면 백서를 왜 만드냐”며 “성과라고 소개한 내용도 사실 막대한 재정을 쏟아부어서 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대체 지난 1년간 극심한 혼란 속에서 복지부가 배운 것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정승준 한양대 의대 교수는 “정책 진행 과정에서 갈등 구조를 해소하지 못해 불편이 생겼으면 다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록해 두는 것이 ‘백서’인데 딱 그 부분만 빠졌다”며 “국민 불편은 모르겠고 복지부는 반성문은 쓸 수 없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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