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정책 논의 실종…규제에선 가짜뉴스 통제 필요성 논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이러한 포부가 무색하게 이날 진흥정책 논의는 실종됐다. 질의는 플랫폼이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측면에서 책임을 다했는지 규명하는데 집중됐다. 방송 규제정책만 다뤄졌던 기존 방통위 국감과 다를 게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정쟁의 도구로 소비됐다. 야당은 유료방송·OTT 업무 공백을 근거로 “정치적 재편을 위한 무리한 조직개편”이라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아직 개편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정부를 방어하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방미통위는 추후 소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위원회를 어떻게 언제까지 구성해 무엇을 논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부재했다.
◆ 방미통위 신설 당위성 공방…정치적 재편인가 정책 효율화인가
당초 예상됐던 것과 같이, 이번 국감에선 방미통위 설립의 당위성이 화두가 됐다. 야당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몰아내기 위한 정치적 재편 목적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여당은 분산됐던 방송 기능을 통합해 정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편임을 거듭 강조했다.
야당은 방미통위 설립이 졸속 개편이었음을 증명하는데 집중했다.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었던 OTT가 방미통위 소관업무에서 결국 제외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문체부·방통위 간 이견으로 소관부처 논의가 지연되자 결국 OTT 활성화 기능은 과기정통부에 남겨두기로 했다.
김장겸 의원(국민의힘)은 이번 조직개편에 대해 “거의 택갈이 수준”이라며 “핵심적인 내용이 바뀌었으면 모를까 사실상 방통위를 방미통위로 명칭을 변경하는데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이 방미통위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통위와 방심위의 명칭에 ‘미디어’를 추가하는데 약 4억2300만원 규모의 예산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김영관 방미통위 사무처장 전담 직무대리는 “OTT 부분은 추후 ‘미디어 민간 합동 발전위원회(가칭)’을 만들어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걸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위원회 구성 방향이나 계획 등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준석 의원에 따르면 방통위원장 공석으로 방송사업자 재허가 및 승인, 방송내용 제재, 5G·6G 정책결정, 방송사업자 경영공시 점검, 편성비율·공정경쟁 조치 등의 업무가 중단됐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자동으로 면직된 뒤에 수갑까지 채워서 (경찰에) 압송한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하는 범주라고 생각한다”며 “이 정부는 비상식적인 것이 뉴 노멀인 상황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일갈했다.
더욱이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선 소관 부처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충분한 논의가 부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관 직무대리는 '방미통위 신설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소통한 바 있냐'는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의 질의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
반면 여당은 전 정부 아래 방통위 운영의 잘잘못을 따지는 한편, 유료방송에 대한 언급 자체는 상대적으로 최소화하는 분위기였다.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는 방송 장악의 도구로 이용됐는데 여기에는 과장 국장급 이상의 간부들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통위가 바뀌었지만 직원들도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방미통위 출범에 약 4억원이 들어갔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을 요청했고, 반상권 위원장 직무대리는 “제가 알고 있기로는 2억2000만원 들었다, 사무실 공간 이전 비용이 2억, 나머지 2000만원 MI, 아이덴티티 제작”이라고 답했다.
◆ 유튜브 심의·규제 근거 마련 시급…가짜뉴스 대응 논의, 정쟁으로 번져
이용자 보호 측면에선 가짜뉴스 및 선정성 콘텐츠를 통제하기 위한 제도 기반 필요성이 논의됐다. 방송법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OTT와 유튜브 플랫폼 등에 대한 체계적인 심의·규제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신성범 의원(국민의힘)은 “유해 콘텐츠와 가짜뉴스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이 많은 상황임에도 유튜브 등 플랫폼은 방송사업자가 아닌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돼 규제 및 심의 법적 근거가 (방송법 상으론) 없다”며 “방미통위 출범을 계기로 각종 유해 콘텐츠 차단을 위한 방법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반상권 직무대리는 “글로벌 OTT와 유튜브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거기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도 당연히 따라야 될 것”이라며 “(OTT나 유튜브 플랫폼을 준방송사업자로) 지정하는 것은 법률적인 것들을 검토해서 종합적으로 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가짜뉴스와 관련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 소모적인 정쟁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우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월 박정훈 의원(국민의힘)으로부터 비하 문자를 받은 사실을 폭로하면서 여야 간 감정적 대립이 격화된 데 따른 것이다. 박 의원이 지난달 보냈다는 문자메시지에는 ‘에휴 이 찌질한 놈아’라고 적혔다.
김 의원은 “내란 세력들이 나라를 붕괴시키고 그 와중에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수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로 공격받았고 그걸 즐겼던 사람들이 12·12 쿠데타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당시 저는 12·12 쿠데타의 내란 행위에 대해 규탄하는 발언을 했고 지금 현재 이재명 정부를 독재라고 말하는 특정 의원과 연관된 사람의 이야기를 했다"며 "전두환 옆에 앉아있었던 사람이라고 했더니 당사자가 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12·12 군사반란에 가담했던 차규헌 전 장관의 사위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공적 질문을 한 것을 가지고 저렇게 사적 보복을 하는 사람이 오늘 ‘대통령실이 김일성 추종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허위사실을 발표했다”면서 “국회의원의 기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으로 같은 상임위에서 활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폭로 이후 여야 의원 간에는 고성이 오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박 의원에 사과를 요구하자 급기야 야당 의원들이 퇴장하며 오후 국감은 정회됐다. 정회 이후에도 싸움은 이어졌다.
◆ '국감 단골' 해외 플랫폼 법인세 회피 의혹 또 제…인앱결제는 도돌이표
한편, 이날 과방위 국감에선 구글, 애플, 넷플릭스 등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 대한 의혹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먼저 '유튜브'를 통해 막대한 광고 수익을 거둬들인 구글은 한국에서 발생한 매출을 싱가포르에 위치한 구글아시아태평양 법인으로 귀속시켜 법인세를 낮췄다는 의혹을 받았다.
애플코리아의 경우 국내에서 아이폰, 아이패드, 에어팟 등 하드웨어 판매 수익만 반영한 채 앱스토어 인앱결제 수수료는 아일랜드 법인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애플코리아는 약 825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지만 업계에선 앱스토어 수수료 등을 포함할 경우 법인세가 약 1조2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최수진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구글코리아의) 공식 매출은 약 3869억원이지만 실제 국내에서 발생한 매출은 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이에 따라 (구글코리아가) 납부해야 할 법인세는 약 6762억원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납부액은 약 172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빅테크의 법인세 꼼수로 인해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기준 네이버는 약 9조6700억원의 매출액이 신고돼 법인세만 약 4963억원이 부과됐지만 구글은 같은 해 약 3653억원을 신고해 약 155억원의 법인세를 내는데 그쳤다"며 "그러나 한국재무관리학회 등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해당 년도의 구글 매출액은 약 12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구글과 애플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인앱결제 강제 등) 관련 과징금 규모가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는 2022년 3월부터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시행했지만, 과징금 부과 결정만 2년이 넘게 걸린 모습이다. 앞서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관련 기업 매출액 재산정을 거쳐 심의 변경안을 마련했으나 의결이 중단됨에 따라 관련 과징금 부과는 새롭게 구성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 Copyright ⓒ 디지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