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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하루도 못 가는 정책”…트럼프發 무역질서 붕괴, IMF도 예측 못해[미중 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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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3.2% 내놨지만

    트럼프發 무역전쟁 충격 반영 못해

    EU·멕시코·印은 편가르기…세계 혼돈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다시 고조되면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현지시간) 새로운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놨지만, 현재 전 세계를 뒤흔드는 미중 무역 갈등 여파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 작성이 진행되던 당시와 현 상황이 이미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IMF는 ▷미국 관세 인하·유예에 따른 불확실성 완화 ▷재고 조정·무역경로 재편으로 보여준 경제주체들의 양호한 적응력 ▷달러 약세 등을 고려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지난 7월 전망 대비 0.2%p 상향한 3.2%로 예측했다.

    이중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관세 인하, 감세법안 통과, 금융여건 완화 등으로 2025년, 2026년 모두 0.1%p 소폭 상향 조정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155개국의 22025년 성장률도 7월 전망 대비 0.1%p 상향한 4.2%로, 2026년은 기존과 동일한 4.0%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수입 목재와 주방 캐비닛 등에 새 관세를 부과하며 주택 건축 비용 상승을 자초했다. 동시에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선박에 항만 입항 수수료를 인상하는 보복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주에는 중국이 반도체·휴대전화·풍력터빈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금속 수출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고, 다음달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장비의 수출규제도 시행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식시장이 4월 이후 최대 폭락세를 기록하자 일시적으로 유화 제스처를 보냈지만,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은 거두지 않았다.

    ▶“하루도 못 가는 정책”…혼돈의 트럼프 행정부=리처드 포스트 런던비즈니스스쿨 교수는 “미·중 관계는 극도로 불안정하다”며 “하루가 다르게 정책이 바뀌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같은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루크레치아 라이클린 교수도 “무역정책이 요동치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긴밀히 연결돼 있다”며 “다만 경제 중심축이 서방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며 그 여파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의 금속·자석 수출 제한은 유럽 내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미국의 중국산 선박 관세는 비(非)중국계 해운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맞서 15일 중국 정부는 한국 한화그룹의 미국 내 5개 자회사를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다. 중국은 이들 기업이 “미국의 조선산업 압박에 협력했다”고 비난했다.

    ▶‘편 가르기’로 번진 무역전쟁…멕시코는 미국, 인도는 중국으로=NYT는 “미국과 중국이 각국에 사실상 편 가르기를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중국산 자동차 수입국 중 하나인 멕시코는 미국의 강력한 로비 이후 중국산 자동차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자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월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안보·경제 회의에 참석하며 “인도에는 미국 외에도 많은 동맹이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을 당시, 영국 철강업계는 자국 정부가 미국과 협상해 관세를 25%로 낮추는 데 성공하면서 ‘선방했다’고 안도했다.

    그러나 지난주 유럽연합(EU)이 회원국으로 들어오는 철강에 50%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영국 철강 수출의 80%가 EU로 향하는 만큼 사실상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영국은 본래 표적이 아니었지만,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됐다.

    EU의 이번 조치는 ‘덤핑’ 논란이 일고 있는 중국산 저가 철강을 겨냥함과 동시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EU 집행위원회는 “글로벌 공급 과잉으로부터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의 협력 방안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확산하는 보호무역…세계경제 ‘불확실성’ 증폭=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캐나다·브라질·멕시코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각국은 자국 철강 산업을 지키기 위해 연쇄적으로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IMF조차 예상하지 못한 ‘혼돈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 모두 성장세 둔화 조짐을 보이며,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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