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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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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VIBE] 정광복의 K-자율주행 도전기…반도체 칩세트와 자동차의 만남-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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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장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제공]



    자율주행차 시대의 경쟁은 더 이상 바퀴나 엔진의 싸움이 아니다.

    이제 자율주행차 산업의 주도권은 '달리는 뇌', 즉 자율주행용 반도체 칩과 데이터 생태계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달렸다. 사람의 두뇌가 인식, 판단, 제어를 통해 움직이듯, 자율주행차도 수많은 센서와 카메라, 레이더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초당 수백조 번의 연산으로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팅 칩이 있어야 진정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엔비디아, 자율주행 칩 패권의 중심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명가인 엔비디아(NVIDIA)는 자사 GPU 기반 병렬 연산 기술을 자율주행에 확장하며 업계의 사실상 표준이 됐다. 엔비디아의 핵심 무기는 'DRIVE 플랫폼'이다.

    2021년 양산된 'DRIVE Orin'의 SoC(시스템 온 칩 System-on-Chip)는 단일 칩으로 최대 254 TOPS (Tera Operations Per Second) 성능을 제공한다. 이는 1초에 254조 번의 연산을 수행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눈으로 사물을 보고 뇌로 인식하는 과정을 훨씬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연합뉴스

    엔비디아 드라이브 Orin
    [엔비디아 블로그 캡처]



    Orin은 차량의 '인지'(Perception), '예측'(Prediction), '경로 계획'(Planning)을 동시에 수행하며, 카메라·라이다(LiDAR)·레이더 등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통합 분석한다.

    현재 볼보 EX90, 폴크스바겐 ID 버스, 메르세데스-벤츠의 EQ 시리즈 등에 엔비디아 Orin이 탑재돼 있으며, 중국 BYD, 니오(NIO), 샤오펑(Xpeng) 등 전기차 제조사들도 Orin 기반으로 자율주행 기능을 구현하고 있다.

    올해 이후 시장에 공급될 'DRIVE Thor'는 Orin의 후속판으로 2천 TOPS라는 압도적 성능을 자랑한다. 한마디로 운전석에 슈퍼컴퓨터가 달린 셈이다.

    엔비디아는 Thor를 자율주행뿐 아니라 차량 인포테인먼트, 계기판, 카메라·레이다 모니터링까지 모든 기능을 통합 관리하는 단일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GPU, CPU, 딥러닝 가속기(NPU)를 하나의 칩에 통합하는 '시스템 온 칩' (SoC) 구조 덕분이다.

    Thor는 테슬라의 'FSD' (Full Self Driving, 테슬라의 자율주행패키지 상품) 칩에 대항하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2026년 양산 차량에 탑재될 예정이다.

    엔비디아의 진짜 경쟁력은 칩 성능뿐이 아니라 '플랫폼 생태계'에 있다.

    덕분에 개발자와 여러 완성차 기업은 엔비디아 하드웨어 위에서 직접 알고리즘을 설계하거나, 자율주행 신경망을 쉽게 학습하고 검증하며 배포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수직통합 생태계는 테슬라조차 자사 칩 개발 이후에도 일부 알고리즘 연산에 엔비디아 듀얼 GPU를 병용할 정도다.

    ◇ 글로벌 경쟁 구도…테슬라·모빌아이·퀄컴·화웨이

    엔비디아 외에도 강력한 경쟁자 업체가 약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삼성 파운드리에서 제작된 FSD 칩으로 전 세계 500만대 차량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해 자체 학습 체계를 돌린다. 인텔의 모빌아이(Mobileye)는 ADAS(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중심 칩 EyeQ6을, 퀄컴(Qualcomm)은 'Snapdragon Ride Flex'를 통해 자율주행과 차량 인포테인먼트를 하나의 칩으로 통합했다.

    중국의 화웨이는 Ascend AI 칩과 MDC 플랫폼으로 BYD, 체리 등 현지 브랜드 중심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우리나라는 완성차(현대차·기아)와 반도체(삼성전자·SK하이닉스)라는 두 축을 동시에 보유한 나라다. 그러나 자율주행 전용 반도체 칩세트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 엔비디아 DRIVE, 인텔 모빌아이 EyeQ, 퀄컴 Snapdragon Ride 등을 차량에 채택했다.

    2022년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V60에는 엔비디아 Orin이 탑재됐으며, 기아 EV9에도 '모빌아이 SuperVision'이 채택됐다.

    하지만 아직 자체 칩 설계 능력은 제한적이며, 외산 플랫폼 의존도가 높다.

    삼성전자는 모바일용 엑시노스 기술을 확장해 엑시노스 Auto V9, V920 칩을 내놓고 차량용 시스템 온 칩(SoC) 시장에 진입했다. 현재 BMW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영역으로의 확장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자동차 DRAM·낸드 메모리에 강점을 지닌다. 향후 자율주행용 AI 가속 DRAM과 데이터 캐시 메모리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연계로 확장 발판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2021~2027), 'K-모빌리티 전략'을 통해 칩과 센서, 소프트웨어 일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25년 이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의 일부를 차량용 반도체 비중으로 확대하며 'K-Chip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데이터 기반 학습형 AI 자율주행 체계를 전 국민 차량단이나 공용데이터로 운영하는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 '칩+데이터+생태계'의 본질

    자율주행의 핵심은 '상황 판단력'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칩의 연산력과 방대한 데이터다. 차 한 대는 매초 500MB 이상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수백 수천만 대의 차량이 동시에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실시간 도로 정보, 운전자 반응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이 곧 '도로 위 슈퍼컴퓨터'이자 AI 학습의 자산이 된다.

    이 데이터를 시스템적으로 수집·처리·학습·업데이트하는 능력에서 테슬라, 엔비디아, 구글(웨이모)이 앞서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와 완성차 조립이라는 '하드웨어 강국'이다. 그러나 이제는 엔진보다 AI 칩 아키텍처, 자율주행 OS, 개발자 생태계가 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다.

    그러려면 칩 아키텍처의 국산화가 선행돼야 한다.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과 차량용 SoC 통합 설계가 필수다. 그런 다음 국가 데이터의 네트워크화도 추진해야 한다. 자율주행 실증도시 확대로 차량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AI 학습 체계화도 병행해야 한다. 또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지금보다 훨씬 확장해야 한다. 오픈소스 기반 개발자 키트와 개발자 플랫폼(AI 연산 생태계의 기술적 기반으로, 전 세계 개발자가 GPU 병렬 연산을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만든 언어 플랫폼인 CUDA형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임)도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학연 협력 모델도 강화해야 한다. 반도체와 모빌리티, AI 연구 컨소시엄 조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자율주행 반도체 칩의 경쟁은 부품 개발만이 아니다. 이것은 곧 국가의 기술력, 데이터 인프라, 그리고 산업 통합 능력을 시험하는 대결이다.

    앞서 밝힌 대로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제조·공정 인프라를 갖고 있다. 여기에 칩 설계와 AI 소프트웨어 생태계, 데이터 네트워크를 엮어낸다면 우리나라는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주도하는 혁신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달리는 자동차의 뇌를 누가 설계하느냐, 그것이 곧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한국이 자체 '모빌리티 인텔리전스 칩'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KADIF) 단장

    ▲ 도시공학박사(연세대). ▲ 교통공학 전문가·스마트시티사업단 사무국장 역임. ▲ 연세대 강사·인천대 겸임교수 역임. ▲ 서울시 자율주행차시범운행지구 운영위원.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자율주행 자문위원. ▲ ITS 아시아 태평양총회 조직위 위원.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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