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웹툰 행사…종주국 지위 ‘굳히기’
웹툰 인기에 팬덤 형성…10대도 지갑 열어
웹툰 인기에 팬덤 형성…10대도 지갑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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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웹툰 ‘마루는 강쥐’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 2022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비스된 완결작이지만, 지금까지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지식재산권(IP)이다. [이가람 기자] |
올해의 월드웹툰페스티벌(WEFE)이 개막했다.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인기 웹툰을 한자리에 모으고 웹툰 팬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K-웹툰의 역사를 관통하는 기획전시와 다채로운 체험행사로 글로벌 인지도를 제고하고 종주국의 위상을 강화할 계획이다.
19일 매경AX가 찾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은 월드웹툰페스티벌의 열기로 뜨거웠다. 롯데월드몰에서 롯데월드에 걸쳐 조성된 거대한 전시장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웹툰팬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모바일·PC 화면을 뚫고 나온 것만 같은 웹툰 속 등장인물들이 곳곳에서 방문객을 맞이했다.
웹툰팬들은 팸플릿을 살펴보며 참여할 프로그램을 고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토크쇼 시작 시간을 기다리며 무작위로 나눠주는 기념품을 교환하거나, 캐리커처에 색을 칠하기도 했다. 대부분 친구 또는 가족 단위로 삼삼오오 뭉쳐다니며 축제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월드웹툰페스티벌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웹툰행사다. 창작자와 플랫폼, 제작사, 독자들이 소통하는 자리다. 대표적인 K-콘텐츠로 꼽히는 웹툰산업의 창작활동과 문화사업을 지원하려는 목적에서 기획됐다. 올해는 200개가 넘는 웹툰지식재산(IP)을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주관한다. 월드웹툰페스티벌은 이날부터 오는 22일까지 나흘간 진행된다.
올해 월드웹툰페스티벌의 기획 전시관이 알파벳 WEBTOON 모양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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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월드웹툰페스티벌의 기획전시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장에 마련됐다. 알파벳 WEBTOON을 형상화한 전시관을 역순으로 따라가면 된다. 주제는 웹툰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였다.
N존에서는 웹툰의 발전사를 소개한다. 종이책 형태였던 만화가 디지털 매체를 만나 새로운 표현이 가능해진 과정을 연도별로 확인할 수 있다. O존에서는 웹툰이 어떻게 일상에 스며들게 됐는지 알아본다. 웹툰의 존재를 알리고 흥행으로 이끈 순정만화(강풀), 이말년씨리즈(이말년), 낢이 사는 이야기(낢) 등 1세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E존에서는 웹툰의 글로벌 현지화를 다룬다. 수많은 웹툰과 드라마가 수출 계약을 맺고 해외 문화에 맞게 각색이 이뤄지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T존은 웹툰의 확장을 강조한다. 연의 편지(조현아), 좀비딸(이윤창), 정년이(서이레·나몬), 지금 우리 학교는(주동근) 등 영화 및 드라마 포스터와 명장면을 공유하며 웹툰이 영상화에 성공한 사례를 조망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로 웹툰에 입문했다는 대학생 A씨는 “웹툰 원작 드라마를 보다가 웹툰으로 넘어왔는데, 웹툰과 드라마의 연출과 전개가 서로 달라서 매력적”이라며 “웹툰이 탄탄할수록 드라마의 퀄리티도 높은 것 같다”고 전했다.
카카오웹툰 ‘이태원클라쓰’의 주인공이 차린 가게가 전시관 내에 구현돼 있다.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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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존에서는 변화하는 웹툰시장을 엿볼 수 있다. 인공지능(AI)이 작업을 보조하는 도구로 기능하면서 창작과 소비 효율을 개선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플랫폼의 경계를 지워 주며 작가와 작품의 영역을 확대해 주고 있다.
네이버웹툰도 트렌드에 편승해 컷츠 홍보 부스를 설치했다. 컷츠는 웹툰을 숏폼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달 정식 출시됐지만 벌써 조회 수가 100만회를 넘어선 컷츠가 나오기도 했다. 웹툰 조각을 이어붙이는 방식이라 움직임이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흥미로웠다.
W존은 포토존이다. 전시실 외벽을 꽉 채운 유미의 세포들(이동건) 일러스트가 시야에 가장 먼저 들어왔다. 관람객들은 세포들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안쪽에는 오렌지 마말레이드(석우), 연애혁명(232), 별이삼샵(혀노) 교복이 걸려 있었는데 작품별 분위기가 반영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신강림(야옹이)과 연애리뷰(평강·라희)의 주역들은 칵테일바에서 칵테일을 추천해 줬다.
네이버웹툰이 지난 9월 1일 출시한 숏폼 제작 서비스 컷츠를 홍보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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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좋아하는 웹툰 캐릭터가 인쇄된 포토카드를 뽑고, 일반적인 네 컷이 아닌 무려 여섯 컷짜리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와콤의 최신식 타블렛을 사용하는 전문가도 눈에 띄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웹툰학회, 한국카툰학회도 전시관을 열어 기성 작가 웹툰과 신인 작가 작품을 두루 안내했다.
마루는 강쥐(모죠)와 용한 소녀(올소) 애니메이션 상영회도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았다. 주인공이 키우던 강아지 마루가 어느 날 갑자기 사람으로 변하고(웹툰 1화) 산책을 나갔다가 황당한 사건을 겪는 이야기(웹툰 2화)를 담았다. 마루의 명대사인 “언니, 나 사람 됐다. 짱이지. 이 손을 봐, 대박임”도 음성으로 들으니 더 귀여웠다.
월드웹툰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는 팝업스토어였다. 제작사들이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서부터 4층까지 다섯 개 층에 걸쳐 35개 웹툰의 12개 팝업을 조성했다. 판매 굿즈 종류는 1200개에 달한다. 지난해와 비교해 굿즈 종류가 크게 늘었다.
배우 신승호가 1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몰 ‘전지적 독자 시점’ 팝업스토어를 방문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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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는 강쥐 팝업은 숲속 베이커리 콘셉트였다. 바닥면적 330㎡(약 100평) 규모의 공간을 150여종의 굿즈로 채웠다. 사전 예약 입장은 일찌감치 모든 시간대가 마감이었다. 팬층이 두터운 만큼 굿즈를 쇼핑백 가득 쓸어가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팝업 최고 결제액은 약 11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날을 위해 용돈을 모았다는 고등학생 B씨는 “마루는 강쥐 팝업이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보통 5~10만원 정도 쓰는 것 같은데, 오늘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 실력을 발휘해 예약했다”고 귀띔했다.
재혼황후(히어리·숨풀)는 치즈케이크 브랜드 치플레와 협업했다. 서대제국 황실의 우아한 디저트타임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벤트에 참여하기 위해 대기하던 C씨는 “룰렛을 돌리면 미판매 굿즈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며 “당첨 확률을 올리고 싶어서 친구도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엠스토리허브와 치플레가 컬래버레이션한 ‘재혼황후’ 팝업스토어. [이가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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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UMI·슬리피C)는 웹툰 팝업 최초로 특별 제작한 식음료를 판매했다. 카페 스타스트림을 오픈하고 김독자 얼그레이, 유중혁 아메리카노, 유상아 복숭아아이스티 등 음료와 이현성 초코르뱅쿠키, 한수영 레몬마들렌, 우리엘 레몬스콘 등 제과를 선보였다. 굿즈도 텀블러처럼 카페와 연관이 있는 제품들이었다. 이날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에 이현성 역할로 출연한 신승호 배우가 팝업을 찾기도 했다.
중학생 때부터 웹툰을 읽으면서 성장했다는 직장인 D씨는 “전반적으로 작년과 겹치는 굿즈가 없고 한정판 굿즈도 많은 것 같다. 카드 긁을 맛이 나서 벌써 40만원 넘게 썼다”며 “가장 기억에 남는 팝업은 전지적 독자 시점인데, 팬심을 건드리는 요소가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문체부는 지난해 웹툰을 차세대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올해 웹툰 지원 예산으로 295억원을 책정했다. 지난해 대비 46억원(18%)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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