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제2야당 유신회 연정 서명
다카이치 ‘일본 첫 여성 총리’ 확실시
‘강경보수’ 유신회 재정건전성 강조
“금융·재정정책, 다카이치색 옅어질것”
아베식 외교 회귀…한중과 마찰 예고
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의 다카이치 사나에(오른쪽) 대표와 후지타 후미타케 일본유신회 공동대표가 지난 17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서 만나고 있다. 20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자민당은 유신회와 연립정권을 구성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21일 치러지는 총리 지명선거에서 유신회는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전망이다. [EP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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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민당과 제2야당 일본유신회의 연립정권 출범이 본격화한 가운데 오는 21일 새롭게 출범할 다카이치 사나에 새 내각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는 유신회와 연정을 하면서 경제 측면에서 전임 이시바 시게루 정권과 비슷하게 유동성을 더 조이고, 금리 인하 기조를 누그러뜨릴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안보 측면에선 극우 강경노선인 유신회가 가세하면서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 노선으로 회귀, 한·중·일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일본매체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대표는 이날 연립정권 합의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어 21일 치러지는 총리 지명선거에서 유신회는 다카이치 총재에게 투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26년에 걸쳐 자민당의 파트너였던 공명당 자리를 유신회가 대체하게 될 예정이다.
자민·유신회 연정 출범으로 양당은 중의원(하원) 과반수(233석)에 2석 모자란 231석의 의석을 확보하게 됐다. 과반수 당선인 ‘1차 투표’에서 무소속 의원(6석)이나 보수 성향의 참정당(3석)이 협력해 준다면 최다 다수표를 확보해야 하는 ‘2차 결선투표’ 없이 다카이치 총재가 무난히 총리로 지명될 전망이다.
▶불안한 연정…“금융·재정 정책, 다카이치 색 옅어질 것”=자민당이 유신회와 연정을 수립하면서 ‘적극적 재정’과 ‘완화적 통화정책’을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다카아치 총재의 재정·금융 정책이 힘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집권 당시 ▷대담한 금융정책 ▷신속한 재정정책 ▷신성장전략을 기반으로 한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인 바 있다.
이번에 연정에 참여하는 유신회는 당 기본 노선으로 ‘정부 전체 지출의 확대에는 신중하며, 기초적 재정수지의 흑자화를 목표로 한다’는 재정건전성을 선언한 정당이다. 또 ‘지출 구조 개혁’을 언급하며 정부의 보조금·보장비·행정비용 등 지출 항목의 축소 또한 주장하고 있다. 금융정책에 대해서도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인해 최근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유신회의 재정·금융정책 노선은 ‘적자국채 발행도 불사하겠다’는 다카이치 총재의 재정정책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 금융정책과도 다르다”며 “자민당과 유신회가 연립한 다카이치 정권이 출범할 경우, 다카이치 총재의 다소 과격한 재정·금융정책은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카이치 색은 옅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재가 마주한 자민당 내부 원로 의원들의 입김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자민당 부총재로 임명된 가운데, 이른바 ‘아소파’의 지지로 다카이치가 총재로 당선될 수 있었다는 분석이 있다. 아소 전 총리는 일본의 과도한 부채를 줄이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되, 완화적 통화정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자고 강조해 온 인물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탄지 노리아쓰 미즈호증권 채권 전략 수석은 “아베 전 총리의 통화부양 정책을 지지하던 세력은 이제 자민당 내 영향력을 잃었다”며 “따라서 다카이치는 다른 파벌 의원들과 협상해야 하며, 대규모 부양책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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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정권, 강경외교 노선 탈 듯…한·중·일과 마찰 우려”=최근 다카이치 총재는 총리 취임을 앞두고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고 공물대금만 봉납하며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강경 외교·안보 노선을 드러내며 한국·중국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최근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유신회가 자민당과 연정 논의 당시 제안한 정책 안건을 소개하며 “다른 야당이라면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는 안전보장·에너지·헌법개정 정책 3개 분야에 대해, 두 정당 간 정책 입장 차이가 크지 않아 자민당이 유신회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신회와 다카이치 총재의 외교·안보 노선은 거의 일치한다. 지난달 18일 발표된 ‘21세기 국방 구상과 헌법 개정’ 보고서(유신회 헌법개정조사회·안전보장조사회 작성)를 보면, “일본의 억지력 증강과 미일 동맹 심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중국·러시아·북한의 위협을 배경으로 ‘헌법 9조 2항 삭제’를 주장한다. 이른바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에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재무장을 막는다는 의미에서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9조 2항에 “육해공군이나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돼 있다.
그런데 유신회는 일본의 군사적 부활을 저지하는 헌법 9조 2항을 삭제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면적으로 용인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전수 방위(공격을 받았을 때에만 최소한도의 무력으로 방어)’ 개념을 폐기하고, 동맹국이 위태로우면 능동적으로 방위력를 행사하는 ‘적극 방위’로 기본 방침도 바꾸자고 한다. 또 ‘자위권’과 ‘국방군’을 헌법에 명기하자고 제안한다. 일본의 군사력 무장을 옹호하는 ‘보통국가론’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 중국의 해양 진출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일본·미국·호주·필리핀 등 4개국 동맹 필요성까지 거론한다. 자민당·유신회 연정이 향후 관련 정책 수위를 조정할 수 있으나,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와드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일본 지경학·전략 담당 의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시바 내각하에서 일본의 중국과 한국에 대한 관계는 대체로 개선됐다”며 “그러나 다카이치의 안보상 매파적(강경 노선) 태도, 대만 안보에 관심을 가진 인사들이 지도부에 다수 포진한 점은 중국과 일본의 잠재적 긴장을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김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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