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후 돌봄공백 메우는 지원있지만
책임 불분명, 서비스 제각각이라 한계
베이비부머 세대 돌봄 수요에 대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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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 광풍에 최근 한강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10㎞를 뛰기 시작하자 땀에 양말과 속옷이 젖으면서 발에 물집이 잡히고, 사타구니에는 아린 통증이 남았다. 그래서 접합 부위에 솔기가 없는 심리스(seamless) 양말과 속옷을 사용했더니 편안한 착용감이 들었다. 심리스는 옷감이나 제품의 이음새가 매끈해 걸리적거림이 없을 때 쓰는 표현인데, 일상에선 ‘끊김 없는 경험’을 묘사할 때도 사용된다. 그런 매끄러움이 노인들의 의료·돌봄 과정에도 필요하다.
레지던트 시절, 노인 환자들이 ‘밥 챙겨줄 사람이 없다’, ‘집까지 데려다 줄 사람이 없다’ 등의 이유로 퇴원을 거부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 치료가 끝난 뒤 회복과 재활은 중환자를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3차병원이 아니라, 2차병원이나 지역사회가 이어받아야 한다.
정책적 지원은 진행 중이다. 2019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으로 시작해 운영 지방자치단체를 확대하고 있는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도 그중 하나다. 퇴원 환자 일상복귀 지원이 포함돼 있어, 퇴원 후에도 방문의료·간호, 식사·주거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급성기 환자 퇴원 지원 및 지역사회 연계활동 2단계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퇴원 전후 환자를 통합 평가한 후 이를 의료기관이나 지자체와 공유해 치료의 연속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다. 덕분에 급성기 병원은 체계적인 퇴원 절차를 세울 수 있고, 회복기 병원과 연계 기관은 연속적인 치료 제공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업들은 책임 주체가 모호하고, 재정 지속성도 불확실하다. 지자체마다 서비스가 제각각이고, 일부는 한시적 운영에 그치기도 한다. 특정 질환에만 초점을 맞추는 접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많은 노인들이 다양한 이유로 입원 후 기능 저하를 경험한다. 폐렴 치료 후 보행이 어려워지거나 식욕이 회복되지 않는 식이다. 특정 질환에 국한해 서비스를 제공하면 기능 저하를 겪는 노인들이 혜택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고자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다. 내년 3월 법이 시행되면, 각 지자체에 전담인력이 배치돼 환자 상태에 맞는 지원을 안내하게 된다. 그러나 안정적 재원 조달과 서비스 표준화 해법은 여전히 부족하다. 여러 기관이 산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는 유지되고, 각 서비스가 개별적으로 설계되는 방식도 바뀌지 않는다.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나 기관 간 연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이 악화해 독립적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48.9%는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실제로 병을 앓고 나면 퇴원을 망설이는 현실은, 지역사회 돌봄 체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베이비부머가 본격적인 돌봄 대상이 되는 앞으로 10년,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의료체계가 연쇄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환자도 의료진도 만족할 만한 ‘심리스’한 연결이 필요하다.
장건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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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건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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