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시위에 '동물 코스튬' 대세…복장기부 단체도 등장
전문가 "'무해함' 강조해 트럼프의 폭동진압법 발동 무력화"
미국 노킹스 시위 |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더 멍청이처럼 보이는 방법을 어떻게 끊임없이 스스로 찾아낼 수 있는지 시위대가 정말 인상적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등에 반대하기 위해 열린 '노 킹스(No kings)' 동물 복장 시위에 백악관은 냉소적인 반응을 내놨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략가 마이크 넬리스는 "우스꽝스러움이 포인트"라고 맞받았다. 시위대가 트럼프 지지자들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똑같이 되받아치기 위해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옷을 입고 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왜 반(反)트럼프 시위대는 개구리·닭·공룡 복장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코스튬 파티를 연상케 하는 노 킹스 시위의 배경과 의미를 이같이 분석했다.
지난 주말 열린 '노 킹스' 시위에는 왕관을 쓴 개구리·수탉·상어·바닷가재 등 다양한 동물의 모습을 한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시위대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런 시위 방식은 한 청년의 결심에서 시작됐다.
지난 6월 초 이민세관단속국(ICE) 청사 앞에 초록색 개구리 복장을 나타난 세스 토드(24)의 모습이 주목받으면서 이 지역의 유행으로 확산했다고 한다.
동물 복장 시위는 포틀랜드 반트럼프 시위에서 두드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틀랜드를 '전쟁으로 황폐해진 곳'으로 묘사했지만 지역 활동가들은 '전쟁'과 무관해보이는 동물 복장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미국 노킹스 시위 |
동물 복장을 한 시위대가 늘면서 복장을 무료로 나눠주는 '오퍼레이션 인플레이션(Operation Inflation)'이라는 기부 단체도 등장했다. 10일간 1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동물 복장을 기부했다.
산타클로스·핫도그 등 동물이 아닌 복장도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핵심은 '동물 흉내'가 아닌 '무해'한 이미지를 부각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물 복장은 시위대에 동질성을 부여해 스스로 뭉치게 하는 효과를 내기도 한다.
기린 복장을 한 남성이 체포되는 영상이 공유된 뒤 기린 복장이 큰 인기를 끈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오퍼레이션 인플레이션 설립자 브룩스 브라운은 "(같은 복장을 입고 시위를 함으로써) 권력자에게 '그건 나이기도 하다'라고 알려주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위대의 전략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동진압법' 발동 위협을 무력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코스튬 파티를 연상케 할 만큼의 평화로움을 강조함으로써 '폭동'의 이미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루스 케인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폭동진압법을 발동하려면 '여기에 폭력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싸움을 거는 사람이 미키마우스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폭동진압법은 내란 등에 한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한다.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당시 발동된 바 있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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