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재판부, 이례적 檢 비판
SM 관련 핵심 증언 진술 번복에
“압박 수사로 허위진술 이끌어내… 어디서 수사하든 별건수사 지양을”
金 “주가조작 벗어” 檢 “항소 검토”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21일 서울 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소감을 빍히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hsot@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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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인을 별건 수사로 압박해 허위 진술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하며 “그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약 석 달간 구속 수감까지 됐던 김 센터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3년여간 카카오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당분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法 “검찰의 별건 수사, 진실 왜곡”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높게 끌어올려 인수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뒤 8월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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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 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없다”며 “주문 시점과 간격, 물량 등을 보면 인위적으로 주가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의 ‘지분 확보 목적’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문장이 별건으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의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한 것이다.
●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 전략 속도”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왔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김 센터장을 구속 기소했고, 그는 지난해 10월 보석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진술 압박 등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금고형 이상 판결 시 처하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벗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내에선 김 센터장이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어젠다에 힘이 실릴 거란 기대가 높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장은지 기자 jej@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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