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4년간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을 이끌 조란 맘다니 뉴욕 시장 당선인. 그의 대표 정책인 공공 주택의 임대료 동결이 서민의 주거 질과 시 재정을 악화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가격 왜곡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높다. 뉴욕=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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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 국제부 차장 |
미국 최대 도시 뉴욕의 인구는 약 850만 명. 인근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주에 집이 있지만 뉴욕시로 통근하는 이들을 포함한 광역권 인구는 2350만 명이 넘는다. 뉴욕 광역권의 국내총생산(GDP)은 캐나다 혹은 브라질의 GDP와 맞먹는 2조1600억 달러(약 3175조 원)다.
이 공룡 도시는 만성적인 주거용 부동산 부족에 시달린다. 꿈과 기회를 찾아 몰려드는 사람은 넘치는데 새 집을 지을 땅은 부족하고 건축 관련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까다롭다. 올 5월 기준 주거용 부동산의 공실률은 1.65%. 사실상 빈집이 없다는 뜻이다.
내년 1월부터는 이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정책까지 시행된다. 향후 4년간 뉴욕을 이끌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은 공공 임대주택 중 특히 저렴한 약 100만 채의 임대료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정치 구호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뉴욕(affordable NY)’이다.
부동산 데이터업체 ‘렌트카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뉴욕 맨해튼의 평균 임대료는 5632달러(약 830만 원). 한 해 전보다 11.9% 뛰었다. 맘다니 당선인은 현재 뉴욕 아스토리아의 2300달러(약 338만 원)짜리 공공 임대주택에 거주한다. 그는 자신이 사는 이런 아파트의 임대료를 동결시켜 서민 주거난을 해결하겠다고 외친다.
얼핏 좋은 정책처럼 보인다. 그런데 현실의 많은 문제가 그렇듯 실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임대료를 동결하면 일부 세입자가 혜택을 받을 순 있다. 하지만 수익 창출의 기회가 사라진 집주인은 굳이 개보수를 하지 않을 것이고 해당 주택과 일대의 노후화 속도가 빨라진다.
임대료를 영원히 동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맘다니 당선인이 4년 후 시장일지 알 수 없고, 재산권을 침해받는 집주인들이 소송에 나서면 시장 임기 내에 해당 정책의 실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그 사이 임대료 동결 규제에서 제외된 주택은 물가 등을 반영해 지금보다 훨씬 오를 것이고 잠시 임대료 동결 혜택을 봤던 세입자들은 사실상 더 좋은 집으로 옮겨갈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시 운영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뉴욕시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벌어들인 돈은 370억 달러(약 54조3900억 원). 전체 지방세의 약 절반이다. 이 돈으로 약 28만 명의 시 공무원이 월급을 받는다. 임대료가 동결된 주택은 그렇지 않은 주택에 비해 집값 상승률이 낮을 것이고 집주인이 내야 할 세금도 적을 가능성이 크다. 세수(稅收)가 늘지 않으면 공무원 월급을 올려주기 어렵다. 무상 버스와 보육 등 맘다니 당선인이 외치는 각종 복지 정책의 재원도 마련하기 힘들어진다.
잘 알려진 대로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당선인의 부모는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아들을 낳았다. 이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몇 년간 거주하다 뉴욕으로 건너왔다. 인도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웠다면 굳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이주를 거듭했을까. 불과 7년 전까지 미국 시민권자도 아니었던 맘다니 당선인이 뉴욕의 수장에 오른 것 또한 이 도시가 지닌 잠재력과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 준다. 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뉴욕으로 오는 행렬이 있는 한 뉴욕이 생활비가 저렴한 도시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독일 수도 베를린 또한 2020년 1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임대료 상한 제한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독일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로 정책이 중단되자 16개월간 억눌렸던 임대료 상승세만 가팔라졌고 저소득층은 포츠담 같은 인근 도시로 밀려났다. 부동산 가격을 통제해 성공한 사례가 없음에도 각국의 수많은 정치인이 이를 도입하거나 하려는 것 자체가 이 정책이 ‘대증(對症)’ 요법임을 보여 준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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