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반도체 육성전략]
반도체 설계 ‘팹리스’ 규모 10배로… 광주-부산-구미 ‘반도체벨트’ 구축
“고목 자라면 주변 관목 사라질수도”
李, 스타트업-中企 생태계 확장 강조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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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더불어 규제 완화를 약속한 것은 인공지능(AI) 패권 전쟁이 ‘국가 대항전’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천문학적 투자를 이끌기 위해 금산분리 등 규제를 완화하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도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 주도 반도체 공장을 짓는 등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지원에 나선다. AI ‘두뇌’ 칩 중에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꼽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정부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발표한 반도체 산업 전략에는 한국이 취약했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육성해 ‘팹리스’(반도체 설계) 규모를 향후 10배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먼저 통신이나 자동차용 칩과 같은 ‘미들테크’(첨단과 범용의 중간 단계) 반도체의 국산화에 2032년까지 약 30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국내 팹리스 산업의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창출한다. 이어 팹리스 기업이 설계를 하면 제품을 직접 만들어낼 공장을 국가 주도로 지을 계획이다. 이른바 국가 1호 ‘상생 팹’(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구축이다. 민관 합동(민간 52%, 공공 48% 검토)으로 4조5000억 원을 투입해 12인치 40나노급 공정의 미들테크 반도체 전용 파운드리를 지어 국내 팹리스만을 위한 생산 물량이 배정될 전망이다. 최소 주문 물량이나 비용 부담 기준도 대폭 완화해 반도체를 설계해도 주문 물량이 적어 국내 파운드리에서 생산하지 못하는 사례를 방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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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뛰어들 수 있도록 반도체 저변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성장을 위해 집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큰 고목이 자라면 주변 관목들이 다 사라지는 것처럼 주변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또 HBM 이후 시장을 선도할 차세대 칩으로 온디바이스 AI 두뇌인 NPU 개발·상용화에 2030년까지 1조2676억 원을 투입한다.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는 AI 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달리 NPU는 추론에 강하고 전력 소모가 적어 온디바이스 AI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디바이스 AI란 클라우드가 아닌 기기에서 직접 실행되는 AI다. 한국은 스마트폰, 노트북, 자동차, 가전 등 기기를 직접 제조하는 만큼 기기 자체에서 돌아가는 온디바이스 AI 개발에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신규 첨단산업 특화단지는 비수도권에 한해 새로 지정하고, ‘광주-부산-경북 구미’를 잇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구축에도 나선다. 정부는 기업들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지방에 한해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 유인책을 검토 중이다.
전력 생산지의 요금을 낮춰 주는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 원칙’도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송전거리 비례요금제, 소위 지산지소의 원칙에 따라서 전력 생산지의 요금을 낮게 한다는 건 피할 수 없는 정부의 방침”이라며 “(지역 간) 전기요금이 (앞으로) 역전될 수 있다. 생산비에 반영이 안 될 수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 신경망처리장치(NPU) |
| 인공지능(AI) 연산과 추론에 최적화된 전용 반도체. 엔비디아가 강자인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적어 ‘온 디바이스 AI’(기기 내에서 이뤄지는 AI)에 적합한 AI칩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NPU를 개발해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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