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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다카이치, 140년만의 여성총리라지만…“일본女權 진보 상징 아니다”[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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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보수’ 다카이치, 성평등 문제와 거리감

    결혼후 남편성 아닌 각자성 따르는 ‘부부별성제’ 반대

    새내각 여성각료 2명뿐…다카이치 “기회·평등 중시”

    NBC “다카이치 당선, 日여성 전체승리로 보기 어려워”

    “첫 여성총리, 유리천장 깼지만 ‘유리절벽’ 직면할 수도”

    헤럴드경제

    지난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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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에서 140년 만에 첫 여성 총리가 취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취임이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되지만, 여성의 정치 참여 등 환경이 개선됐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일본 사회의 배경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취임한 것은 역사적 이정표인 동시에 예외적 사건이다”면서도 “다카이치 총리가 양복 차림의 남성 의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장면은 그가 여성의 진보를 상징하기보다 ‘규칙의 예외’로 존재함을 상기시켰다”고 분석했다.

    日 중의원, 여성 비율 16% …다카이치 내각서도 여성 각료 2명뿐
    헤럴드경제

    지난 21일 일본 도쿄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오른쪽 4번째)와 새 내각 구성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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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은 세계 성평등 지수의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특히 정치계와 재계에선 점수가 매우 낮다.

    일본 중의원(하원)의 여성 의원 비율은 약 16%로 주요7개국(G7) 가운데 최하위다. 선거구당 한 명만 당선되는 소선거구제에서 일본 정당은 조직력·자금력을 고려해 남성을 우선 공천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사와 육아를 부담하는 여성은 인맥을 넓히고 후원받을 기회가 적다는 인식이 여전해서다.

    실제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21일 임명한 여성 각료는 재무장관에 가타야마 사쓰키 전 지방창생담당장관, 경제안보담당장관에 오노다 기미 참의원 의원으로 단 두명이다. 이전 내각에서 여성 각료 수가 최대 5명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적은 숫자다.

    강경보수 노선, 여성 인권 신장에 도움 안 돼
    헤럴드경제

    다카이치 사나 일본 신임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자신의 공식 집무실로 이동하는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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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가운데 강경보수 인사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정치계에서 여성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성의 권익을 전면적으로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여성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1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여성 각료가 2명에 그친 것에 대해 “나는 기회의 평등을 중시한다”며 “모든 정책이 한 발짝,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적재적소로 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템플대 일본캠퍼스의 제프 킹스턴 교수는 미 NBC뉴스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것은 역사적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여성 권익 신장 실적을 보면 그렇게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는 국방 강화, 이민 제한, 외국인 투자 규제 등 우경화된 정책 노선을 취하고 있다. 또 동성결혼 합법화나 부부별성제에 “가족의 결속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블룸버그는 “보수 성향의 젊은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한 전략”이라며 “다카이치 총리는 진보적 페미니즘과는 거리가 먼 인물로, ‘워라밸을 버리고 일을 하겠다’는 발언은 일과 가정 양립에 어려움이 있는 일본 사회에서 비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미 NBC뉴스도 “비판론자들은 다카이치의 총리 당선이 여성 전체의 승리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며 “그가 오사카 기반의 극우 정당과 연립을 맺으며 정권을 더 우경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저서 ‘중년 남성의 벽’의 저자이자 일본 마이니치신문 정치부 기자 출신인 사토 치야코는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부터 성평등 문제를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며 “그가 여성이라서 선출된 것은 아니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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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576944
    유리천장 너머 유리절벽…“같은 실패라도 여성이라 더 가혹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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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 일본 신임 총리가 지난 21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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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총리 역시 일본 역사상 최초로 여성 총리가 됐다는 점에서 일본 정치계에서 여성 정치인들이 마주한 ‘유리천장’을 깼지만, 이후 ‘유리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리천장은 주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의미한다. 유리절벽은 기업이나 조직이 실패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성을 고위직에 파격 발탁한 뒤 일이 실패하면 책임을 물어 해고하는 현상을 말한다.

    길 스틸 교토 도시샤대 교수는 “다카이치 총리의 등장은 전형적인 ‘유리 절벽(glass cliff)’ 현상”이라며 “조직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여성 리더를 내세우는 경우가 많지만,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여성이라는 한계에도 일본 정부의 수장이 된 것은 유리 천장을 깬 사례로 볼 수 있으나, 향후 재임 기간 동안 큰 어려움에 부딪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우라 마리 소피아대 교수는 “여성 총리의 등장은 스캔들로 얼룩진 자민당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다”면서도 “초기에는 허니문 기간이 있겠지만 이후에는 성별 때문에 더 큰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같은 실패라도 여성은 더 가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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