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세 결집' 나선 모습
리창(오른쪽) 중국 총리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중국 측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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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장을 떠난 직후, 중국이 ‘자유무역’을 앞세워 미국의 관세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반(反)보호무역’을 고리로 아시아 국가 결집에 나선 행보로 풀이된다.
28일 AFP통신과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리창 중국 총리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3개국'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과 다자간 무역 체제를 수호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며 “세계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이어 “아시아에서 힘겹게 이룬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지역 경제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 보호주의 반대’는 중국이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서도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지역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무역 블록인 RCEP 협정 당사국이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RCEP를 실질적 성과로 발전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리 총리는 또 같은 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도 만나 “중국은 유럽과 계속 협력의 파이를 키우고 무역 균형 발전과 상호 개방을 확대할 의향이 있다”며 상호 협력 확대에 공감대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흘간의 일본 방문을 위해 이날 오후 말레이시아를 떠나자마자 각종 양자·다자회의에서 무역 장벽 문제를 핵심 의제로 꺼내며 외교 행보를 본격화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떠나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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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중국이 ‘자유무역 수호자’ 이미지를 내세워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남아 주요국은 미국으로부터 19~20%의 상호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도 관세율 인하에는 실패했다. RCEP 회의에 참석한 브라질 역시 미국의 50% 고율 관세 대상이다.
오는 30일 부산에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세안 무대를 발판으로 외교 지형을 중국에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인 셈이다. 싱가포르 공영 CNA방송은 “리 총리가 (미국의) 높은 관세로 국제 경제와 무역 구조가 복잡해졌다는 점을 암시하며 각국이 다자 무역 시스템을 지지하도록 주도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28일 동남아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개정안도 체결하며 경제·무역 협력을 한층 강화했다. 개정안에는 공급망 상호 연결, 통관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를 통해 중국과 아세안 간 시장 접근성이 개선되고, 무역 장벽도 낮아질 전망이다. 리 총리는 이후 아세안 정상들과 별도로 만나 “경제적 강압·괴롭힘 앞에서 연대 대신 대립을 추구하는 것은 아무 이득도 없다”고 밝혔다. 이 역시 미국의 일방주의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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