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서밋 첫날 조선·방산 포럼 잇따라 성황 이뤄
HD현대·한화, AI·자율운항·우주기술로 미래 청사진
외국 정상 한국 조선소 방문 검토…산업외교 기대감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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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K-조선과 방산이 세계 산업외교 무대에 올랐다. 한국 대표 조선·방산 기업인 HD현대와 한화는 각각 조선·방산 부문에서 미래 기술 비전과 글로벌 협력 전략을 제시하며 기술동맹을 전면에 내세운 모습이다.

이번 APEC의 핵심 화두 중 하나는 조선이다. 특히 조선업 재건 구상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를 내세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조선소를 방문할지 여부가 이번 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인 마크 카니 총리 역시 한화오션 조선소 방문이 유력하다. 두 정상의 행보에 따라 한·미·캐나다 간 조선·방산 협력의 상징적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와 혁신으로 글로벌 동맹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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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단연 조선업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조선소를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간 조선 기술 협력과 미국 내 조선소 재건을 핵심 의제로 올려놓은 만큼 방한 시 HD현대 울산조선소 또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조선 분야 협력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정부는 현재 60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추진 중이며, 한화오션이 HD현대와 함께 최종 후보 2곳(숏리스트)에 올라 있다. 업계에선 이번 APEC 이후 카니 총리가 거제조선소를 직접 방문해 세부 협력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조선·방산을 둘러싼 외교적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산업계는 이미 기술 협력과 동맹 강화 행보로 화답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조선·방산 분야의 미래 기술력과 글로벌 협력 비전을 공개하며 기술외교의 현장을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

APEC 개막을 나흘 앞둔 지난 27일 한국의 대표 산업군인 조선과 방산이 세계 무대의 문을 열었다. 경주엑스포대공원에서 열린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는 약 600명이 몰리며 좌석이 가득 찼다. 각국 조선 전문가와 기업인들은 K-조선의 기술력과 비전을 확인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조선’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HD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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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기조연설에 나서 "AI는 조선업의 지속가능성과 제조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술"이라며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글로벌 혁신동맹(Global Alliance of Innovatio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HD현대는 미국의 해양 르네상스에 함께할 든든한 파트너로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미국의 해군 함대 재건과 조선소 현대화를 '해양 르네상스'로 규정하고, 한국이 그 핵심 파트너로 나서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HD현대는 이를 위해 미국 현지 조선소 지분 참여와 인수를 검토 중이다.

기술 전략도 구체적이다. 그는 AI 자율운항, 전기추진, 연료전지, 암모니아·SMR(소형모듈원자로) 등 탈탄소 기술을 선박 효율 향상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자회사 아비커스의 태평양 자율운항 성공 사례를 언급하며 "AI 기반 자율운항과 자율임무수행 기술이 결합하면 해군 작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숙련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로보틱스·휴머노이드 기반의 자율 조선소 구상도 함께 내놨다.

이날 포럼에는 안두릴(Anduril), 헌팅턴잉걸스(HII), 지멘스(Siemens), ABS, 페르소나AI(Persona AI) 등 글로벌 기업이 참석해 AI 자율운항,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등 차세대 기술을 공유했다. HD현대는 이들과의 협력을 통해 조선업의 패러다임을 디지털·AI 중심으로 전환하고 한·미 조선 기술동맹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기술로 지키는 평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이사가 27일 경북 경주엑스포대공원 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퓨처 테크 포럼: 방산'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사진=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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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열기는 한화그룹이 주관한 '퓨처 테크 포럼: 방산'으로 이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방산 3사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평화(Sustainable Peace for All)’을 주제로 열렸다.

한화는 이번 포럼을 통해 기술을 평화의 매개로 삼는 새로운 방산 외교 모델을 제시했다. 미래 기술 역량을 중심으로 글로벌 안보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AI와 첨단 제조가 융합되는 대전환의 시대 속에서 평화를 지혜롭고 책임 있게 준비해야 한다"며 "한화의 기술은 도발이 아닌 보호를 위한 기술이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평화를 위한 기술(Technology for Peace)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AI와 스마트 제조, 우주, 에너지 등 미래 프런티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안보 협력의 신뢰 네트워크를 넓혀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알렉스 웡 한화그룹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존 치프먼 경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회장이 'AI 시대의 기술주권과 경제안보'를 주제로 대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각국의 방위 개념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짚으며 K-방산의 역할과 기술적 억제력의 중요성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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