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 3주기…희생자 추모, 진상규명 촉구한 시민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에서 시민들이 10시29분에 울린 사이렌에 맞춰 묵념하고 있다. /사진=김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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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29분. 서울 전역에 1분 동안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뜻이 담겼다. 사이렌 소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교통 소음을 삼킬 만큼 컸다. 묵념하는 시민들 사이로 흐느끼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흐르는 눈물을 닦거나 가슴에 매단 추모 배지를 매만지는 이들도 있었다.
정부는 유가족과 함께 이날 광화문광장에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 기억식을 열었다. 김민석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와 국내·외 유가족, 시민들이 참석했다.
기억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참사 당일을 또렷하게 기억했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3년 전 조카의 아들을 이태원 참사로 떠나보냈다. A씨는 "코로나 때문에 마음껏 놀지 못하다가 친구들과 이태원을 갔다고 하더라. 함께 갔던 아이 중 한 명만 살고 두 명은 그렇게 가버렸다"며 "말도 안 되는 사고 진실을 밝히는 게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이태원 참사 3주기 기억식 무대가 진행되는 모습. 가수 안예은의 노래가 이어지던 중 한 시민이 플래카드를 높이 들어올리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사진=김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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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연씨(52)는 참사 전날 사고가 난 장소 바로 옆 골목에서 친구들과 밥을 먹었다. 원씨는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황망했다. 참사 다음 날 바로 이태원에 가서 '절대 잊지 않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이태원 참사는 인재다.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광장에 추모사와 추모곡이 울려 퍼지자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가수 안예은이 '상사화'를 부르자 한 외국인 유가족은 화면이 적힌 영어 가사를 보며 울먹였다. 정영희씨(56)는 "이태원 참사가 있던 날 자녀가 서울 다른 지역으로 놀러 갔다 연락이 안 돼 한숨도 자지 못했다"며 "아이들이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다. 추모식 소식을 접했을 때 아이들이 겹쳐 보여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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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다시 모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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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추모거리 게시판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내용의 메모지가 붙어있다. /사진=최문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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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용산구 이태원동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도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사이렌이 울리기 전부터 스님 두 명이 목탁을 치며 추모 법회를 이어갔고 벽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메모지가 수많이 붙었다.
추모 거리 인근 편의점 직원은 매장 앞에 흰색 국화가 담긴 사탕통 3개를 올려놨다. 매대에는 '추모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습니다. 헌화하고 싶은 분은 자유롭게 헌화하세요'라는 문구가 적혔다.
직원 B씨(50대)는 "사장이 꽃을 미리 준비해 놓아달라고 부탁했다. 종종 추모하러 찾는 분들이 있다"며 "유가족보다 힘든 사람은 없지 않겠나. 이태원상인회도 최선을 다해 돕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추모거리 인근 한 매장 앞에 헌화용 꽃이 마련됐다. /사진=최문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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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고등학교 점퍼를 입은 남학생 두 명은 편의점 국화로 헌화한 뒤 묵념했다. 김현준군(16)은 "사이렌이 울렸을 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설명해주셔서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묵념했다"고 말했다.
참사 당일 현장에 있던 엘리자베스 브락씨는 출근 전 일부러 이태원에 들렀다. 브락씨는 참사 당일 트라우마로 치료를 받았지만 별다른 호전이 없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그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브락씨는 "한 남성이 심폐소생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냐고, 영어로 소리치는 걸 들었다"며 "현장에 경찰 4명이 전부였고 혼돈 그 자체였다. 나도 소지품을 친구에게 맡기고 45분간 소생술을 했지만 (그 사람은)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최문혁 기자 cmh6214@mt.co.kr 김서현 기자 ssn35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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