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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독감 주사 효과 있는거 맞아요?"…매년 의심병 커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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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투데이

    인플루엔자(독감) 국가예방접종 접종률/그래픽=윤선정



    정부가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을 들여 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진행하지만 전파 차단과 중증도 약화 등 뚜렷한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주의보가 지난해보다 2개월가량 빠르게 발령되면서 감염 확산에 따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 자칫 백신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접종률이 아닌 예방·중증 감소 효과를 수치화해 공개하는 등 대국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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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7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접종이 시작된 15일 대구의 한 병원에서 어르신이 독감 무료 예방 접종을 받고 있다. 2025.10.15. lmy@newsis.com /사진=이무열



    2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9월 22일부터 2025-2026절기 독감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시행되는 가운데 지난 24일 기준 총 633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접종 대상 중 6개월~13세 어린이는 138만명(29.5%), 65세 이상은 485만명(44.6%)이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 대상 중 임신부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독감 백신을 포함한 국가예방접종 사업 예산은 3567억원이다. 내년에는 고령층 증가와 14세 이하 어린이로 독감 백신 대상 확대 등에 따라 4371억원이 편성돼 크게 늘었다. 백신 접종률은 2021년 이후 고령층 80%대, 어린이 70%대, 임신부 50%대를 기록하며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백신을 맞아도 독감은 매년 유행하고 사망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올해 초에는 독감 후 폐렴 등 합병증에 사망하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화장장마저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는 독감 바이러스가 백신에 대항해 변이를 일으켜 '완벽한 예방'이 어렵기 때문이다. 고령층의 경우 면역 반응이 약해 백신을 맞아도 예방 효과가 더 약하고, 짧게 이어지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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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서울 시내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 코로나19 백신과 독감 백신이 놓여있다./사진=[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다만 백신의 제한적인 효과를 감안해도 매년 반복되는 유행에 질병청의 대책은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인다.

    예컨대 국내 독감 확산의 주요 연령대는 초·중·고교 학령층이다. 독감 유행 시기에는 보통 이 연령대 바이러스 검출률이 가장 높다. 학교는 독감으로 치료받으면 진료확인서, 의사 소견서, 진단서 등을 받고 출결을 인정하지만 감기는 아니다. 기침, 발열과 같은 증상을 감기로 알아 등교했다가 퍼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상혁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은 "독감에 걸려 학교에 안 가도 학원은 가는 학생이 많은데 그럼 아무 소용이 없다. 의사소견서도 양식이 각각 다른 걸 보면 '학교 방역'은 요식행위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성인 감염 양상이 달라졌지만 예방 전략은 부재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질병청이 지난 절기 유행한 독감 병원체를 분석했더니,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연초에 50대 이상 검출률이 학령기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성인도 코로나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아 '면역 빚'이 생겼고 감염에 취약해진 것이다.

    그러나 질병청은 이런 자료를 지난 7월 공개하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질병청이 2023년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백신 도입 우선순위 연구용역에서 '성인 만성질환자 인플루엔자 4가 백신' 도입이 1순위에 올랐지만 이를 무시하고 지난 9월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청소년 무료 접종과 독감 백신 연령 확대만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무료 백신에 효과가 작은 고령층을 위한 '인플루엔자 고면역원성 4가 백신'도 5순위였지만 역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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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예방접종에 도입할 백신 우선순위 평가 결과/그래픽=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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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률만이 아니라 예방·중증 감소 효과를 수치화해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접종자와 미접종자 간 감염률 차이, 병원 입원율 감소 수치, 연령과 건강 상태별 효과 등을 충분히 분석해 투명하게 알리는 것이 방역 정책을 보완·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마상혁 과장은 "독감이 해마다 유행해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손실이 매년 1조원이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빠른 고령화로 독감의 위협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그동안 쌓인 데이터로 정부가 유행 시기·규모를 예측해 대응하고 백신의 한계와 역할을 투명하게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하는 등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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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이 9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질병관리청.서울=뉴스1



    질병청은 "독감 백신 접종의 효과는 유행주와 백신주의 일치 여부, 백신 유형, 접종자의 면역상태, 유행양상 등에 따라 달라진다"며 "65세 이상에서 독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30~40% 수준이나 중증질환(50~60%) 및 사망(80%)을 낮추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높아 예방접종사업은 어르신 보호에 효과적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 네트워크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인플루엔자 효과평가를 위한 방법론을 구축하고 효과평가를 추진하고 있다"며 수리, 통계 등 다학제 전문가와 함께 동절기 예측 및 단기 예측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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