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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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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시진핑 만나기 직전 “미국 핵무기 실험 재개”···33년 만에 핵실험 재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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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부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후 출국하는 길에 전용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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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중국·러시아와 동등한 수준의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33년 동안 핵무기 실험을 중단했던 미국 핵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직전에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들이 핵실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동등한 수준의 핵실험을 재개하라고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했다”며 “그 과정은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마지막으로 이뤄진 핵폭발 형태의 핵무기 실험은 1992년으로, 당시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냉전 종식과 함께 핵무기 실험을 중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며 “러시아가 2위, 중국은 뒤처진 3위지만 5년 내로 따라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핵무기의) 엄청난 파괴력 때문에 그렇게 하기 싫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무기 실험 재개 발언은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최근 핵전력 과시에 나선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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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핵추진 수중드론 포세이돈.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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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고 핵 발전장치를 장착한 수중 무인기(드론) 포세이돈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포세이돈을 운반 잠수함에서 부스터 모터로 발사했을 뿐 아니라 일정 시간 무인기에 동력을 공급하는 핵추진 시스템을 작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세이돈은 러시아 동부에서 태평양 해저를 통과해 미국 서부 해안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무산되고 미국이 대러 제재를 시행하면서 최근 핵전력 과시에 나섰다. 지난 26일엔 신형 핵추진 대륙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의 결정적 실험을 완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른 속도로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냉전 시기 수백기 수준의 핵무기 보유에 그쳤지만, 최근 시 주석이 최근 미국 정찰 위성에 보일 정도로 미사일 사일로(격납고) 건설을 확대했다고 전했다. 미 전쟁부는 중국이 2030년까지 약 1000기, 2035년까지 1500기의 전략핵무기를 보유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핵무기 실험을 재개할 경우, 세계 강대국들 사이의 핵군비 경쟁이 가열될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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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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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실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 러·중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볼 때 핵폭발 실험보다는 미사일이나 해저 핵전력 위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망했다. 또 그동안 핵실험은 국방부가 아닌 핵무기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에너지부에서 수행돼 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1990년 이후 공식적 핵실험을 하지 않았으며, 중국은 1996년 이후 핵실험을 실시하지 않았다. 미국은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CTBT)을 비준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비공식적으로 준수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핵실험 재개가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세계적으로 벌이는 노력과, 주요 지정학적 경쟁국과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노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경주에서 부산으로 이동하는 길에 전용 헬기 마린원 안에서 이 같은 글을 돌발적으로 올리면서, 중국과의 협상 지렛대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인 2020년 핵폭발 실험 실시를 논의했으며, 당시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핵실험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상에 유용한 지렛대가 수 있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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