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인 '저농축 우라늄' 안정적 공급이 관건
"美 조선소, 막대한 투자와 인력 뒷받침돼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오르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승인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실제 운항하기 위해선 연료인 농축 우라늄 확보가 핵심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이 보유한 선체 건조,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건조 장소로 미국 한화필리조선소를 지목하면서 설비나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잠수함 맞춤 SMR 설계 어렵지 않아"
한미 양국이 말하는 핵추진 잠수함은 핵탄두를 싣고 다니는 잠수함이 아니라, SMR로 증기터빈을 돌려 추진하는 잠수함을 말한다. 디젤 엔진과 배터리를 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추진체가 다를 뿐 선체 구조는 유사하기 때문에 건조 자체는 큰 난관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3,600톤급 세계 최고 수준 최신형 잠수함인 '장보고-Ⅲ 배치(Batch)-Ⅱ 1번함(장영실함)'을 건조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핵추진 잠수함은 하루 한두 번 수면에 부상해야 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사실상 무제한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핵추진 잠수함에 사용되는 SMR은 상업용 SMR과 설계, 내구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상업용은 지상에서 안정적으로 일정한 출력을 내면 되지만, 잠수함에선 급가속이나 급정지, 회전을 할 때 원자로 가동 환경이 불안정해지는 걸 견뎌낼 만큼 내구성이 강해야 한다. 또 원자로 출력이 급격히 변하면 핵연료 구조의 안정성에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 설계해야 한다.
30일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대형 크레인과 건조 중인 선박이 보이고 있다.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우리나라는 경수로 기반 SMR 기술 수준이 높아 이를 활용한다면 개발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윤종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이미 혁신형 SMR 등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고, 이를 바탕으로 잠수함에 맞게 설계하면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전하면서 AP통신은 미국이 극비 핵잠수함 기술을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거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굳이 미국 기술 도움 없이도 건조 가능하다는 게 국내 전문가들 대다수의 시각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이날 국정감사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이미 갖춰 놨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우라늄 직접 농축? 공급망 확대?
관건은 원자로에 투입될 핵연료다. 한국은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 동의하에 농축도 20% 미만으로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하지만 군사적 사용은 금지돼 있고, 실제 농축을 한 적도 없다. 상용 원자로에 쓰는 3~5% 저농축 우라늄도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추가 공정을 거쳐 공급된다.
결국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통해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이날 연료에 대해 "평화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면 농축 정도가 20% 이하"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영국은 90%대 농축된 우라늄을 사용하고 있지만,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어 오해를 살 가능성이 있다. 송승종 대전대 군사학과 특임교수는 "프랑스는 7%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핵잠을 필리조선소에서? 안전장치 필요"
기술 측면보다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필리조선소를 콕 집은 것이 난관이라는 지적도 있다. 미국 방위산업 전문매체 '브레이킹 디펜스'는 "필리조선소를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로 전환하려면 방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건조에 필요한 인력 확보 역시 한화가 직면할 주요 장애"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미국 내에서 해양산업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엄청난 재원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인력을 수급하려면 한국 공장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며 "미국과 추후 논의에 앞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