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법으로 제시하는 새로운 제조 철학이 바로 '밸류팩처링(Valuefacturing)'이다. 밸류팩처링은 생산성 중심의 기존 제조(Manufacturing)를 넘어, 제품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품질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높이는 가치혁명형 제조방식이다. 이는 기술과 시장, 사람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설계-생산-서비스 전 과정을 하나의 가치사슬로 통합해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 만드는가'에 답하는 제조혁신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기술창조의 혁신이다. 제조는 소비자 욕구를 정확히 반영하고 이를 실현하는 설계 중심의 혁신으로 확장돼야 한다. 인공지능과 자율제조 기술로 설계 단계부터 개인 맞춤형 제품을 창조하고, 생산시스템이 스스로 학습·진화하는 지능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산업 간 협력의 확장이다.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각각의 역할을 넘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협력적 분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새로운 산업·시장·제품을 공동으로 창출하고, 데이터와 공정 표준을 공유해 공급망의 자립성과 복원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지속가능한 제조체계로의 전환이다. 이는 동반사회와 환경이슈 대응을 중심에 둔다. 제조업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품질과 탄소를 동시에 관리하는 데이터 기반 제조체계가 필수다. 친환경 공정, 에너지 효율화, 탄소 저감 기술을 적극 도입해 그린 전환을 이루고 제조가 사회적 신뢰를 얻는 산업이 돼야 한다.
연구기관과 공공부문도 밸류팩처링의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 연구기관은 대학·기업을 연결하며 혁신기업을 성장시키는 '테크놀로지 그린하우스' 역할을 수행하고, 공기업 등 공공부문은 시장성 높은 공공 R&D 성과를 발굴, 초기 사업화를 지원하는 '마중물 투자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공공의 전략적 개입은 기술이 시장으로 흘러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하게 될 것이다.
방산·조선·반도체 사례에서 보듯 한국 제조업의 잠재력은 무궁하다. 이제 밸류팩처링을 통해 제조 영토를 넓히고, 효율을 넘어 가치를 창조하는 산업으로 도약할 때, 우리 제조업은 새로운 50년의 비상을 시작할 것이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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