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 ‘美 압박 지렛대’ 가능성
“구조적 문제 그대로 둔 임시처방, 얼마나 갈지 미지수”
“美 핵실험 재개로 중국과 갈등 더 커질 수도”
지난 30일 한국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칭 중국 국가주석이 김해국제공항에서 양자 회담을 마치고 퇴장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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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지난 30일 진행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양측이 휴전을 이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임시방편이어서 얼마나 지속될지 의문이라는 평을 내놨다.
회담을 통해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미국은 중국에 매긴 100% 추가 관세 조치를 1년 유예했다. 중국이 미국의 대두 구매도 재개하기로 했고, 미국은 중국에 합성마약인 펜타닐 유입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부과했던 관세 중 10%를 내리기로 했다. 이에 중국에 부과됐던 관세는 평균 55%에서 45%로 낮아졌다. 양국은 상대국의 선박에 부과했던 입항수수료도 철회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방한에서 깜짝 발언도 내놨는데, 핵 실험을 재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미국 간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논평을 내 “오랫동안 기다려온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최근 양국이 취해온 긴장 고조 행보의 온도를 낮춤으로써 양자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중요한 한 걸음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결과들은 양국 경제 갈등의 근본적 원인인 과잉 생산, 과도한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같은 구조적 문제들을 거의 해결하지 못했다”며 “따라서 이번 휴전은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트럼프 1기 때의 ‘1단계 무역 합의’와 달리 이번엔 중국이 매우 까다로운 협상을 벌이며 양보할 때마다 그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관세 인하와 해상운송 비용(입항 수수료) 철회와 관련해서 그랬다”고 전했다.
그는 “이는 트럼프가 최근 다른 나라들과 체결한 무역 합의들이 대체로 미국에 유리하게 기울어 있던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며 “트럼프는 이번에 맞수를 만난 셈이고, 중국은 미국처럼 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커틀러 부회장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시행을 유보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만한 소식”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은 이 조치를 미국을 압박하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관세 위협의 신뢰성을 낮추고 더 큰 비용을 초래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리 대니얼스 ASPI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진행중인 출혈’을 멈추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 (지혈용) 밴드가 오래 붙어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논평했다.
그는 “앞으로 필요한 것은 신뢰 구축 단계로, 양측이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이행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협의를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양국 간 합의가 ‘연 단위’ 구조로 설계된 점은 앞으로 미중 관계가 지속적인 협상을 특징으로 할 것임을 시사한다”며 “이는 지난 6개월간 우리가 봤듯이, 시장과 정치의 불확실성을 수반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 자신의 사회관계망(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을 거론하며 다른 나라들처럼 미국도 핵무기 실험을 재개하겠다고 밝힌 점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보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패트릭 크로닉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연합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 추진 미사일과 드론 실험 이후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 같다”는 분석을 전했다.
대니얼스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실험 재개를 선언한 것은 미국이 현 국제 안보 구도에 불만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핵 전문가 자오퉁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가 최근 실시한 ‘포세이돈’ 등 새로운 핵 운반체계 실험에 대한 대응 성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만약 미국이 실제로 이와 유사한 핵 운반기술 개발에 착수한다면, 중국이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혔다.
이어 “러시아의 지속적인 (핵) 진전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개발은 중국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체 연구 프로그램을 더 가속화하는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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