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한국 1인당 年 88kg 쓰는데 재활용률은 9%뿐
'자원순환의 날'을 하루 앞둔 5일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2025.9.5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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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한때 값싸고 가볍고 가공이 쉬운 ‘혁신 소재’로 불렸던 플라스틱이 인류의 위협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후위기는 물론 사람과 환경에 해를 끼치고 있는 소재임이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세계는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산업·무역·외교가 결합된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적 합의에는 실패한 상황이다. 하지만 각국은 글로벌 합의가 아니더라도 플라스틱 규제를 '얼마나 버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만드는가'로 규제 방향을 바꾸고 있으며, 플라스틱 규제를 무역 장벽이자 산업 경쟁 조건으로 접근하는 과정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출처: OEC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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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 주범이 된 플라스틱 폐기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22년 발표한 세계 플라스틱 전망 에 따르면 , 전 세계에서 매년 약 3억5300만t, 하루 100만t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지만 고작 9%만이 재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플라스틱 폐기물 중 50%는 매립지로, 19%는 소각되고 있으며. 나머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22%, 연간 8200만 톤)은 안전하지 않은 매립지에 버려지거나, 노천 채굴장에서 소각되거나, 환경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같은 수치마저도 눈에 보이는 폐기물만을 고려한 것이다. 플라스틱은 또한 수명 주기의 모든 단계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 화학 물질, 그리고 기후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데, 이 중 대부분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환경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오염의 상당 부분은 담수와 해양 생태계로 유입된다. 일단 유입된 플라스틱은 강과 해류를 타고 먼 거리를 이동하여 공해에 축적될 수 있다. 북태평양의 해양 쓰레기 밀집 지역으로 악명 높은 그레이트 퍼시픽 가비지 패치(Great Pacific Garbage Patch)의 면적은 현재 약 160만㎢에 달하는데 이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모든 오염은 이미 매립지와 환경에 축적된 약 50억 톤 의 플라스틱에 더해지고 있으며, 플라스틱 소비량과 폐기물이 2019년 대비 2060년까지 세 배로 증가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위협에 대한 생성형 이미지. 챗GP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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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도 영향을 주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의 99%는 화석 연료로 만들어지며,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석유, 가스, 석탄과 같은 원자재를 채굴할 때 뿐만 아니라 생산, 운송, 사용 및 폐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현재 일반 플라스틱은 연간 2.4기가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에 해당한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의 지속적인 증가는 경제의 다른 부문들이 탈탄소화되는 상황에서도 화석 연료 수요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노출된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으로 분해돼 환경으로 유출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과 나노 플라스틱은 인체 거의 모든 부위 에서 검출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과 음료, 그리고 우리가 숨쉬는 공기를 통해 유입된다 .
이는 태반이나 혈액-뇌 장벽과 같은 생물학적 장벽을 통과 하여 심혈관 질환, 신경계 문제, 불임 및 발달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플라스틱이 환경으로 침출하는 '우려 화학 물질'은 암이나 대사 장애와 같은 건강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나온다.
미세 플라스틱은 살충제나 산업용 화학물질과 같은 다른 유해 오염 물질을 흡수 하여 동물에게 질병을 유발하고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환경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 사슬을 따라 축적되며 이미 1300종의 생물에서 검출된 바 있다.
8월 12일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 앞 '부서진 의자' 인근에 설치된 퍼블릭 아트. 국제사회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퍼포먼스로 플라스틱 협약 회의 기간동안 공식 전시됐다. 사진= 박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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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사용-폐기' 라이프사이클, 규제 프레임 부상
지난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환경총회(UNEA-5.2)'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2024~2025년까지 마련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후속 조치로 꾸준한 논의가 이어졌으며 지난 8월에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가 열렸다. 회의에는 183개국이 참여했으며, NGO·산업계·과학계까지 포함한 2600여명이 참석한 다자협의체였다.
일부 국가 및 민간 환경단체는,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히 폐기물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만드는가'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플라스틱 생산량을 중장기적으로 감축하자'는 방향을 제안했다. 하지만 석유·가스 기반 플라스틱 산업이 큰 국가들은 이 같은 생산량 제한에 강하게 반대했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 측은 '기술·자금지원 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각 국간의 입장차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INC-5.2는 합의된 협약문을 채택하지 못했고, 후속 협의 기일을 미정으로 남긴 채 종료됐다.
문제는 협상이 결렬됐어도 규제 강화 흐름은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INC-5.2에서 글로벌 합의를 통해 제도화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플라스틱 문제의 본질이 폐기만이 아니라 '생산-사용-폐기'까지 아우르는 '라이프사이클'로 접근하는 국제 규제 프레임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특히 향후 협상에서 생산 감축 논의는 오히려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대기업과 선진국 시장에서는 이미 재생원료 사용 의무화, 포장재 재설계, 공급망 내 순환체계 확보가 기업 경쟁력의 기본 조건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다.
재활용 선별장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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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가 재활용 체계 전환 필요
한국은 이러한 변화에서 가장 민감한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발생량은 약 88kg으로 이는 세계 평균인 45kg의 두 배 수준이며, OECD 평균인 60kg 보다 높은 수준이다. 또 합성수지·석유화학 산업은 수출경제의 핵심 기반 중 하나다. 동시에 한국은 비교적 발달한 재활용 회수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재생원료의 품질·부가가치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즉 많이 모으고 많이 재활용하지만, 고부가 순환형 산업으로는 연결되지 않는 구조인 것이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는 한국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방향으로 고부가 재활용 체계 전환을 꼽는다. 현재 비중이 높은 기계적 재활용을 넘어서 분해·정제·재중합 중심의 ‘케미컬 리사이클링’ 기술 상용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환경 대응 기술이 아니라,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플라스틱을 공급하는 국가가 아니라 ‘재생소재·순환 설계 기술을 공급하는 국가’로 이동하는 산업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또 제품 설계 단계에서 분리·해체가 쉬운 에코디자인(Eco-Design) 전환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완성품 브랜드들이 이미 공급망 파트너에게 재생원료 사용 비율과 설계 변경을 요구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이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급망 전환 과정에서 중소 재활용·수거업체 생태계 재편도 필요하다. 현재의 순환 체계가 ‘저가 회수-저가 재활용’ 구조에 머물고 있어, 고품질 재생원료 생산망을 대기업-중소기업 협력 구조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탈플라스틱 로드맵’ 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올해 12월까지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며 "플라스틱의 원천감량, 고부가가치 재활용 등의 내용을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환경과 에너지는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입니다. 에너지의 생산 방식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거나, 반대로 기후나 환경의 변화가 에너지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줍니다. [이유범의 에코&에너지]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인 기후·환경 및 에너지 이슈를 들고 매주 토요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편하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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