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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연금과 보험

    “증시호황 제대로 탔겠네”…국민연금 주식투자 비중 첫 50%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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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채권 줄이고 주식으로 수익률 끌어올려
    운용수익률 1%P만 높여도 기금고갈 수년 늦춰


    매일경제

    서울의 한 국민연금관리공단 지역본부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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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노후 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이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안정성을 우선시하던 운용 기조에서 벗어나,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 투자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3일 국민연금공단의 ‘2025년 6월 말 기준 기금운용 현황’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총 1269조1355억 원으로, 이 가운데 주식(국내·해외)에 투자된 금액은 635조5734억 원에 달했다. 전체 자산 중 주식 비중이 50.1%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역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10년 전 상황과 비교하면 운영기조 변화를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말 국민연금의 자산 구성은 채권이 56.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주식은 32.2%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 6월 기준 채권 비중은 33.0%로 낮아진 반면 주식 비중은 크게 확대됐다. 국민연금이 ‘안전한 예·적금(채권)’ 대신 ‘수익 높은 펀드(주식)’로 무게중심을 옮긴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수익률 제고라는 절박한 목표가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보험료를 내는 사람보다 연금을 받는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운용 수익률을 단 1%포인트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점을 수년 이상 늦출 수 있다. 결국 국민연금은 ‘안정적 운용만으로는 미래 세대의 노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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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증권거래소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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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0조원 ‘슈퍼 고래’...해외투자 늘리며 글로벌 분산
    특히 주식 투자의 중심이 국내보다 해외로 이동하고 있다. 전체 주식 비중(50.1%) 중 국내 주식은 14.9%(189조 원)인 반면, 해외 주식은 35.2%(446조 원)로 두 배 이상 많다. 이는 두 가지 관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는 ‘위험 분산’이다. 1천조 원이 넘는 거대 자금을 국내 시장에만 묶어두면 한국 경제 변동에 과도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으로 분산해 안정성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둘째, 국내 증시의 ‘과잉 영향력’ 완화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에서 ‘큰손’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는데, 매매 한 번에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이번 행보가 세계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용 자산이 1200조 원이 넘는 ‘슈퍼 고래’의 투자 방향이 바뀌면, 뉴욕·런던 등 주요 증시의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주식 50% 돌파’는 단순한 비중 조정이 아니라, 국민의 노후와 한국 경제,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흐름까지 바꾸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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