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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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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염병 옮기는 ‘열대집모기’ 국내서 첫 발견…“기후 변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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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열대집 모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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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지방에서 주로 서식하며 웨스트나일열 등 감염병을 옮기는 ‘열대집모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3일 질병관리청은 지난 8월 제주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체 감시를 위해 채집한 모기 중 국내 미기록종이던 열대집모기(Culex quinquefasciatus)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질병청 연구진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종을 확인했으며, 관련 결과를 곧 학술지 ‘건강과 질병’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열대집모기는 우리나라에 흔한 빨간집모기(Culex pipiens)와 매우 비슷한 형태를 가졌지만,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주로 서식하는 종이다.

    보건학자 주인호 박사가 1956년 발표한 논문 ‘한국산 모기의 분류’에서 한 차례 언급된 적은 있으나, 표본이 남아 있지 않고 이후 70년 가까이 발견된 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동정(생물 분류학상의 소속이나 명칭을 바르게 정하는 일) 오류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한일 연세대 명예교수는 2003년 논문에서 “(1956년 논문 이후) 40년 넘게 많은 연구자가 (열대집모기) 성충이나 유충 표본을 단 하나도 채집하지 못했다”며 한국 모기 목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국내에서 열대집모기의 존재가 명확히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제주 내 여러 지점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이미 제주에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질병청은 설명했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유입 경로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열대집모기가 살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라며 제주도 외에 다른 육지 지역으로도 진출했는지는 내년 감시 시즌에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대집모기는 웨스트나일열의 주요 매개 모기이기도 하다.

    웨스트나일열은 드물게 뇌염이나 수막염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병으로, 지난해 유럽 19개국에서 1436명 감염, 125명 사망 사례가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는 3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2012년 아프리카 기니에서 감염돼 입국한 사례 1건만 확인된 바 있다.

    다만, 열대집모기가 국내에서 발견됐다고 웨스트나일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미 국내에 서식하는 빨간집모기와 지하집모기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매개 모기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모기에서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감염이 확인된 적은 없다.

    이 과장은 “열대집모기가 기존 모기보다 웨스트나일 매개 위험이 높다는 근거는 없다”며 “다만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감시해야 할 병원체 매개 모기가 하나 더 늘었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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