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에 농산물 출하 늦어져… 찹쌀 46% 등 곡물가격 22% 치솟아
긴 추석연휴에 여행비도 10%대↑… 환율 급등속 물가 불안 우려 커져
정부, 김장철 맞아 배추-무 등 공급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판매 중인 쌀을 살펴보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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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2.4% 올라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쌀이 21.3%, 사과가 21.6%, 고등어가 11.0% 오르는 등 먹거리 물가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이례적인 가을 장마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다 길었던 추석 연휴에 여행·숙박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이 연말에 물가 안정 목표인 2.0% 내외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지만 이달은 김장철이라 농산물 수요가 늘며 물가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가을 장마-추석 연휴가 끌어올린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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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4% 올랐다. 이는 지난해 7월(2.6%)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이다. 6, 7월 2%대를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1.7%로 둔화했다가 9월 2.1%로 올라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커진 이유는 이상기후로 일부 농산물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1.1% 오르며 한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최근 가을 장마로 출하 시기가 지연된 찹쌀(45.5%), 쌀(21.3%) 등 곡물 가격이 21.8% 뛰었다. 사과(21.6%)를 비롯한 과실류도 10.9% 올랐다.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감소의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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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물과 수산물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5.3%, 5.9% 올랐다. 달걀(6.9%), 돼지고기(6.1%), 조기(16.9%), 고등어(11.0%) 등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로 인해 농축수산물 전체 물가는 1년 전보다 3.1% 뛰었다.
8년 만에 가장 길었던 추석 연휴의 여파로 해외 단체 여행비, 숙박료, 미용료 등이 포함되는 개인서비스(외식 제외)도 3.6% 올랐다. 지난달 콘도 이용료는 26.4% 급등했고 승용차 임차료(14.5%)와 해외 단체 여행비(12.2%)도 10%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정부는 여행 관련 물가 상승에 대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소비쿠폰은 본인 주소지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다른 지역에서 여행·숙박을 할 때 사용할 수 없다”며 “온라인 여행 사이트에서도 사용이 불가능해 소비쿠폰과 관계가 없다”고 했다.
석유류 역시 4.8% 올라 올 2월(6.3%)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10월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기저 효과에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 급등한 환율, 유가 변동성이 변수
한국은행은 지난달 일시적으로 오른 소비자물가가 연말에는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해보다 낮아진 유가 수준, 여행 서비스 가격 둔화 전망 등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중에 소비쿠폰 등으로 현금이 많이 풀린 데다 원-달러 환율이 1430원대로 급등해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물가 상승세는 소비쿠폰 영향으로 볼 수 있다”며 “최근 환율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김장철 농수산물 공급 여건이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배추 3만6500t, 무 1만1000t을 비롯해 건고추, 마늘, 양파, 천일염 등을 공급할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갑작스러운 추위 등 기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생활물가를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물가 속에도 경제 심리는 개선되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뉴스심리지수는 124.62로 2021년 7월 29일(125.25)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관세협정이 마무리돼 심리가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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