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근거 관세 부과 놓고 합헌성 공방
보수·진보 대법관 모두 권한 확대 우려
재무부 “무효 시 최대 7500억달러 환급”
시장 “판결시까지 불확실성 당분간 지속”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아메리카 비즈니스 포럼’에서 연설을 마친 뒤 손짓하고 있다. (사진=AFP)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보수·진보 모두 대통령 관세 권한에 회의적 질문
연방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약 2시간 30분 동안 공개변론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대부분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10∼50% 관세를 부과한 조치의 법적 근거를 집중 심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 해소와 펜타닐 유입 차단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 대응 조치”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에서 회의적 질문이 잇달았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관세는 세금이며, 세금 부과는 의회의 핵심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 역시 “IEEPA 권한이 일방적으로 확장되면 행정부 권력이 계속 커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진보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정부 측 논리에 대해 “당신들은 ‘관세가 세금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그게 바로 세금”이라고 직설적으로 반박했다. 이어 “1977년 IEEPA 제정 이후 어느 대통령도 이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한 사례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대통령 권한 범위와 관련, 과거 하급심 법원이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유사한 법률에 따라 관세를 부과한 것을 허용한 선례가 있다면서 이는 의회가 대통령에게 “비상사태에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정부 측 대리인 존 사우어 미 법무차관보는 “이는 규제 목적 관세이며, 세수 증대는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서치 대법관은 “그렇다면 의회가 이를 되돌리려 할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떻게 되나”라며 행정부 권한 확대의 ‘일방향적 고정 장치(one-way ratchet)’ 위험을 지적했다. 즉, 대통령 권한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되돌릴 수 없는 권력 집중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다.
이번 심리의 쟁점은 1977년 제정된 IEEPA가 대통령에게 외교·안보·경제 위기 대응 차원의 ‘수입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관세 부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 측은 “수입 규제에는 관세도 포함된다”고 주장했으나, 대법관들은 “무역적자는 수십 년간 지속돼 온 구조적 문제로 ‘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라고 반응했다.
이번 판결은 미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책임위원회(CRFB)는 관세가 유지될 경우 2035년까지 누적 세수 3조달러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재무부는 관세가 위법으로 최종 확정될 경우 최대 7500억달러 이상 환급이 필요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건을 “국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소송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대통령이 신속하게 관세를 사용할 수 없다면 미국은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하급심에서 모두 관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판단된 상태에서 상고된 사안으로, 대법원은 신속 심리를 적용하고 있다.
관세 철회 시 경제 효과…소비 진작 vs 제조업 부담
다만 대법원은 즉각적인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낮아 결과는 수개월 후에야 나올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세가 전면 무효화될지, 그대로 유지될지, 일부만 인정될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이 관세를 완전히 무효화하고, 그동안 부과된 관세 환급을 명령할 것인지 △관세를 그대로 인정해 대통령의 무역 관련 행정 권한을 확대할 것인지 △일부 관세만 유지하고, 특정 관세(예: 펜타닐 관련 국가에 대한 징벌적 관세)만 허용하는 절충안이 나올 것인지 등이다.
시장 분석업체 리플렉시비티는 관세가 철회될 경우 수입 소비재, 중소기업, 건설, 기술 업종에 수혜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관세가 유지되면 비내구재 제조업과 철강·알루미늄 등 보호 산업이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스티븐 주노 뱅크오브아메리카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판결은 경제 활동, 인플레이션, 연준 정책, 금리, 달러 가치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관세가 전부 또는 일부 무효화된다면, 단기 성장에는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모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세 환급 여부도 주목된다. 미국 정부는 2025 회계연도 하반기 약 1950억달러의 관세 수입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트럼프 관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가들은 환급 규모가 1000억달러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환급이 실제 이뤄질 경우, 연방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국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패소하더라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다른 법적 수단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첼 골드버그 클라이언트퍼스트 스트래티지 대표는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화하더라도, 이는 관세 정책의 종료가 아니라 또 하나의 국면 전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