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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美 대법원, 트럼프 상호관세 심리 시작… 보수 대법관도 '회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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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대 3' 대법원 보수 우위 구도지만
    트럼프 임명 대법관마저 부정적 질문
    베선트 '승소 가능성 높다' 낙관론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한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대법원의 첫 심리가 열린 5일, 워싱턴 대법원 청사 앞에서 관세 부과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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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부과한 상호관세의 적법성을 두고 미국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시작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왔던 보수 성향 대법관들조차 관세 부과에 부정적인 모습을 내비쳤다. 보수 우위(보수 6, 진보 3)의 대법원 구도에도 불구하고 판결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대법원 청사에서 관세 소송과 관련한 구두 변론을 개시했다. 이날 3시간 동안 이어진 변론에는 행정부 측 법률대리인과 소송을 제기한 중소기업 및 민주당 성향 12개 주(州)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법정 공방을 펼쳤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청중석에 자리했다. 당초 직접 구두 변론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의 중대성을 흐리고 싶지 않다"며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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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상호관세' 재판 주요 쟁점. 그래픽=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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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론의 주요 쟁점은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타국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 여부다. IEEPA는 대통령에게 적국을 상대로 제재와 자산 동결 조치를 부과할 수 있는 비상조치권을 부여한다. 해당 조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세계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법률적 토대가 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미국 헌법은 연방의회에만 관세 부과 권한을 부여하는데, 앞서 미 국제무역법원(CIT)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의회가 IEEPA를 통해 대통령에게 조세 권한을 넘긴 것은 아니라고 판결했다. 상고심에서도 원심판결이 유지된다면 상호관세는 법적 근거를 잃어버린다. 다만 다른 법률에 기반한 관세는 이번 재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자동차·반도체 등에 부과되는 품목별 관세(무역확장법 232조)나 대(對)중국 보복 관세(무역법 301조) 등이 대표적이다.

    연방대법원장 "과세권은 의회 핵심 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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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미국 워싱턴 대법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첫 공판 스케치. 소송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앞줄 가운데) 법무부 송무차관이 발언대에 올라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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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재판에서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가 미국을 경제·국가안보적인 재앙 상태로 몰아넣었기 때문에 관세를 부과한 것이라 설명했다. 사우어 차관은 관세 부과가 외국과의 무역 협상을 타결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합의를 되돌릴 경우 미국이 "무역 보복에 노출되고 실패한 나라로 추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관들은 성향을 가리지 않고 관세 부과에 회의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임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의회가 IEEPA를 통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권한을 부여했다는 행정부 측 주장에 "의회는 대통령의 비상권한을 확대한 것이 아니라 제한하고자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역시 보수 성향인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은 세금 부과 권한이 "언제나 의회의 핵심 권한이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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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연방 대법관 성향. 그래픽=박종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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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 성향의 대법관 세 명이 관세 반대 입장을 확실히 정한 상황에서 보수 성향 대법관 두 명이 동조할 경우 대법원 내 구도는 역전된다. 다만 미국 온라인매체 액시오스는 이날 구두 변론만으로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관세를 비판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데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 탓이다. 이날 배럿 대법관은 "관세 환급 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고, 로버츠 대법원장도 "대통령의 외교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인사들은 애써 긍정적인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심리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사우어 법무차관이 IEEPA 상 관세 부과권한에 대한 매우 강력한 주장을 펼쳤다"고 말했다. 경제매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승소 가능성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패소 판결을 대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지금은 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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