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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올해의 유행어'에 선정된 일본 다카이치 총리의 이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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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일본에서 올해의 ‘신조어·유행어 대상’ 후보 30개가 발표됐다. 여기에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를 상징하는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습니다/여성 총리’도 포함됐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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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 들어오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은색 백이 화제를 모았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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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고~’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4일 자민당 신임 총재로 선출된 직후, 양원 의원총회에서 한 연설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소수 여당으로 전락한 자민당의 위기 상황을 언급하며 “모두 함께 열심히 하지 않으면 (당을)일으켜 세울 수 없다. 모두가 마차 끄는 말처럼 일해야 한다. 저 자신도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을 버리겠다”며 “일하겠다”를 다섯 차례 연이어 외쳤다.

    이 발언은 곧 논란을 불러왔다. 정치적 스승으로 존경해온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추진했던 ‘일하는 방식 개혁’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과로사 유족들은 우려를 표명했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대표질문 첫머리에서 “워라밸에도 유념하시고 건강 관리에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82%를 기록하며 역대 2~3위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하는 여성 총리’라는 이미지가 높은 지지를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총리 취임 전까지 다카이치는 ‘차기 총재 1순위’로 꼽히면서도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낮았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그가 애용하는 검정색 토트백이 ‘사나에 백’으로 불리며 SNS에서 화제를 모았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주문 후 열 달을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다. 전통적인 남녀 역할 분담 문화가 여전한 일본 사회에서 첫 여성 총리는 “멋지다” “당당하다”는 반응 속에 여성들의 지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아시아의 멜로니”…실용 외교가 만든 고공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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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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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지지율을 이끈 요인 중 하나는 취임 불과 1주일 만에 마친 미국·한국·중국과의 정상회담이다. 정상외교 직후인 지난 1~2일 실시된 JNN 여론조사에서 "이번 일련의 외교를 평가한다"는 응답은 83%에 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외상·방위상을 경험한 적이 없고, 외무성 인맥도 거의 없었다. 과거 각료 시절엔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보수적 역사관을 드러내 외교적 마찰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서로를 “도널드” “사나에”라 부르며 친분을 쌓았고,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도 예정 시간(20분)을 훌쩍 넘어 45분간 이어졌다. 양 정상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과 ‘셔틀외교’를 계속하는 데 뜻을 모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는 웃음기 없는 분위기 속에서도 경제 등 실리 분야 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아베 전 총리가 제시한 ‘전략적 호혜관계’를 다시 확인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다음 날 린신이(林信義) 대만 총통선임고문과 회담한 것에 중국 정부가 항의했지만, 외교부 대변인 논평 수준에 그쳤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가 현실적인 외교를 펼쳤다는 의미에서 “유럽에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있다면, 아시아엔 다카이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 전 총리의 외교적 유산도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 특유의 밝고 활기찬 리더십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중국 인터넷에서 다카이치 총리와 시 주석이 악수하는 사진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국 내부에서도 ‘일본과 협력해도 된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에서 아베 전 총리가 보수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대중 관게를 잘 관리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유사한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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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9월 미국 뉴욕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반기문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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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총리는 연일 정상 외교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멜로니 총리와 첫 전화회담을 갖고, X(옛 트위터)에 “G7에서 여성 정상 두 명이 함께하게 된 것을 (멜로니 총리가) 기뻐해줬다”고 글을 올렸다.



    국회의원 삭감로 승부수?..조기 해산설 퍼져



    다카이치 총리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자민당 창당(1955년) 이래 처음으로 중·참 양원 모두 과반을 잃고 불안정한 정국을 안정화시키는 일이다.

    연립 여당으로 참여한 일본유신회는 중의원 의석 465석의 10% 삭감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면서 12월 17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연정 탈퇴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에는 26년간 자민당과 손잡아온 공명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국회의원 수 삭감 당위성을 국민에게 묻겠다”며 중의원 조기 해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도쿄=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onuki.tomok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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