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서초동의 한 술집. 내란 특별검사팀 관계자가 일행에게 이 같은 말과 함께 넋두리를 쏟아냈다. 서초동 안팎에서는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와 수사관들의 힘이 빠질 대로 빠졌다는 말이 파다하다. 여의도 정가에서도 “특검은 내부 반발 등 이유로 수사기간 연장을 원치 않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란 특검팀은 출범 초반만 해도 기세가 매서웠다. 수사 대상의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다시 구속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러나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연달아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검팀은 지푸라기라도 잡듯 수사 중반부를 박 전 장관 혐의 보강에 매진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계획이지만, 스스로 “재청구의 경우 관례상 발부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낮게 잡았다.
특검팀이 공을 들인 외환죄 적용도 사실상 좌초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양 무인기 침투 결정을 ‘계엄 명분 조성 행위’로 보고 수사를 이어왔지만,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결국 외환죄 대신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수준의 일반이적죄로만 기소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판 사건’이 반쪽짜리에 그친 셈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방해 의혹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변경해 계엄 해제 표결을 막았다는 혐의지만, 특검팀은 정작 ‘표결권 침해 피해자’를 특정하지 못 하고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도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표결 불참 자체로 처벌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별건 수사 논란까지 겹쳤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의 초기 계엄 계획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모 피의자에게 윤 전 대통령의 인사개입 의혹까지 물었다는 후문이다. 이미 김건희 특검팀에서도 무분별한 별건 수사가 논란이 됐던 터라, 본류와 무관한 수사 확대는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취지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팀의 태엽은 다시 감겼다. 이달 14일 종료 예정이던 수사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해 달라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요청한 것이다.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달 27일로 예정된 만큼, 연장 수순은 사실상 자명하다.
하지만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치적 압박 속에서 파견 검사와 수사관들의 의미 없는 몸짓만 계속되는 것은 아닐지, 남은 한 달 여는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의 결실을 증명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박아름 사회부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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