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7일 5·18 성폭력 피해자와 가족 17명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5·18 성폭력 피해자 모임 '열매' 성수남 할머니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첫 재판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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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는 피해자 13명이 직접 출석했다. 이들은 흰 바탕에 붉은 꽃이 수놓인 스카프를 목에 매고 법정에 앉았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율립 하주희 변호사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 중 계엄군 등에 의해 발생한 강간과 강제추행 사건으로, 도심 시위 진압 작전과 봉쇄 작전, 광주 재진입 작전, 연행·구금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는 아무런 규율을 하지 않았고, 오랜 침묵 이후 어렵게 국가기관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사건인 만큼 충분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국가 측은 소멸시효가 이미 지났다고 맞섰다. 국가 측 대리인은 “1980년 5월을 시효 기산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배상법과 민법에 따르면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사건 발생일로부터 5년, 피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또 일부 원고가 과거 5·18 관련 국가배상 소송에 이미 참여한 사실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진 2023년 12월로부터 3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소송을 제기해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며 “(과거 배상과 관련해) 원고는 5·18 연행·구금 피해에 대해 보상받은 것으로, 성폭행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을 내년 1월 16일로 정했다. 기일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방청석에 있던 피해자 일부는 “45년 동안 너무 지쳤다. 제발 빨리 해달라”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12월 5·18 계엄군 성폭력 피해자 증언 모임 ‘열매’가 피해자 14명과 가족 3명 등 17명을 원고로 하여 제기한 것이다. 진실규명조사위원회의 4년간 조사 끝에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14명 중 13명의 피해 사실이 인정됐고, 일부 내용은 국가 보고서에도 반영됐다.
박아름 기자 beaut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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