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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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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매몰 사고 9명 모두 하청 노동자···'죽음의 외주화'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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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7명 사망·실종
    구조적 문제 방치···사고 난 뒤 '뒷북' 반복
    정부, 공공기관 긴급안전대책 회의 연 뒤
    이틀 만에 사고…정부 대책 실효성 비판


    한국일보

    7일 울산시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 등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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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울산화력발전소 구조물 붕괴사고로 인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산업재해와의 전쟁'도 빛을 잃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위험의 외주화' 해결 등 근본 대책 없이는 안전점검이나 책임자 처벌은 뒷북 조치에 불과하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9명 노동자들은 모두 협력업체 코리아카코 소속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또 코리아카코 정규직원은 1명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8명은 모두 계약직 노동자였다. 보일러 구조물 해체 작업을 발주한 곳은 한국동서발전이었고 계약업체는 HJ중공업이었다. 하지만 실제 업무는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였다.

    노동계는 이 같은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안전 비용 및 인력 투자가 줄어들며 하청 노동자들이 더욱 위험한 노동환경에 놓이는 '위험의 외주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발전소의) 다단계 하청구조를 개선하자는 논의가 되었다면 오늘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고는 예견된 참사다. 정부는 하도급 구조 개선 등 실질적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사고 피해자 대부분이 원청이 아닌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며 "현장의 구조와 시스템을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하청 노동자들이 위험한 철거 작업에 투입돼 희생양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원하청 구조에서 발생하는 안전 사각지대의 근본적 원인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노동부가 '공공기관 긴급안전대책 회의'(4일)를 개최한 지 이틀 만에 벌어졌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인천환경공단 등 공기업에서 잇달아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 것이 개최 배경이었다. 이 회의에서 김영훈 장관은 "공공에서부터 산업재해를 근절한다는 목표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선도적으로 안전한 일터를 마련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현장부터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11월 한 달간 '집중점검 기간'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불과 이틀 만에 공기업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이 운영하는 울산화력발전소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 현장 지휘



    한국일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앞줄 오른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울산시 남구 안전보건공단 울산지역본부에 마련된 울산화력발전소 붕괴사고 사고수습상황실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2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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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에도 정부는 노동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꾸려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통해 사고 현장 수습을 지휘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경찰청, 울산시와 울산을 지역구로 둔 더불어민주당 김태선·김상욱 의원 등이 참여했다.

    중수본은 울산시에 유가족 지원을 당부했고 보건복지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는 트라우마 센터를 통한 부상자와 목격자 심리 상담을 요청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압수수색 등을 통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고,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발전소 건설, 해체 등 유사 현장에 대해서도 안전점검을 실시해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는 지난 6일 오후 2시 2분쯤 울산 남구 소재 울산화력발전소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높이 71m짜리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며 발생했다. 노동자 9명이 타워 아래 깔렸는데 2명은 사고 발생 21분 만에 구조됐다. 7일 오후 3시 기준 매몰된 7명 중 3명 사망, 2명 사망 추정, 2명 실종 상태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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