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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모성의 빛과 그림자 … 줄리 커티스 韓 첫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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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줄리 커티스의 '펠리컨'(2025). 화이트 큐브


    소설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과 동갑인 프랑스 출신 작가 줄리 커티스는 지난해 첫아이를 낳았다. 일과 가정, 모성 사이의 균열을 겪는 김지영처럼 커티스 역시 출산과 함께 엄마로서의 자아를 새롭게 마주했다. 그는 그 경험을 화폭에 옮겼다.

    화이트 큐브 서울에서 열리는 '깃털로 만든 여인'은 커티스의 첫 한국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지난해 1월 아들을 출산한 뒤 작가가 새롭게 그린 회화와 조각 신작이 공개된다. 4일 열린 간담회에서 커티스는 "친구가 '네가 아이를 낳으면 한 인간이 태어나는 것이지만, 너 역시 엄마로서 다시 태어나는 거야'라고 말해줬는데, 그 말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전시의 주인공은 펠리컨이다. 작가가 사는 미국 플로리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펠리컨은 조류 중에서 모성애가 가장 강한 새로 알려져 있다. 새끼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면 자기 가슴을 쪼아 흐르는 피를 먹인다는 이야기 때문에 모성과 자기희생의 상징이 됐다. 나아가 기독교에서 예수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커티스는 흰 깃털과 검은 부리의 펠리컨 이미지를 통해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모성의 양면성을 표현했다.

    '거품기를 든 여자'는 한 여성이 거품기로 달걀을 휘젓는 모습을 담았다. 수유용 브래지어로 한쪽 가슴이 드러나 있어 돌봄과 에로티시즘이 교차하는 장면이다. 커티스는 "아이가 생기려면 성관계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인데 사회는 이를 금기시한다"며 "아이를 낳기 전의 에로틱한 자아와 출산 이후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사물을 거대하게 확장한 조각도 흥미롭다. '공갈 젖꼭지'와 '막대사탕'은 유아용품을 비대한 형태로 표현한 작품으로 아이가 있는 집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일상의 소재를 통해 모성에 대해 사유하며, 그 안에 내재된 불안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베트남계 프랑스인으로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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