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의 시대동행/(상)]과거를 부정하기보다 반성과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왼쪽)이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와 대담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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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이 지난 5일 '시대동행' 대담을 위해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에 위치한 주젠빌딩의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의 사무실을 찾았다. 백 상임고문이 하토야마 전 총리를 찾은 것은 그동안 그가 보여준 식민지배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화해의 행보 때문이었다. 또 새로 들어선 일본 다카이치 정부와의 건설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방안을 공유하고, 양국간 과학기술과 문화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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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형무소에서 꿇은 무릎은 '용기' 아닌 '신념'…무한책임은 당연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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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용호 상임고문(이하 백 고문) : 과거를 부정하기보다는 반성하고 성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2015년 서대문 형무소를 사죄 방문하였고, 그 이후에도 국내를 방문해 "피해자가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가해자는 사죄해야 한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기억한다. 이는 폴란드를 방문해 무릎 꿇고 과거를 반성한 독일 빌리 브란트 수상의 용기를 연상시켰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이하 하토야마 전총리) : 용기라기보다는 신념에 따른 행동이다. 일본의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과오를 볼 때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가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무한 책임'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저를 '매국노'라 비판하는 일부 우익 세력이 오히려 마음이 좁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백 고문 : 총리의 신념은 '진정한 용기'다. 또 위안부 문제 같은 과거사 해결의 중요한 해법이다. 총리가 말한 그런 신념이 경제력·군사력 같은 '하드파워'가 아닌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말한 신뢰와 가치에 기반한 '소프트파워'로서 일본의 국격을 높이는 길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 출범한 다카이치 내각이나 후배 정치인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나.
▶하토야마 전총리 : 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 리더는 정치가일 때와 생각이 같을 수 없다'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의미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 재임 전 가졌던 위안부와 징용공, 한일협정에 대한 역사인식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가 우려된다. 그 입장을 반복하면 한국민과 갈등을 빚어 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카이치 총리가 '1965년 한일협정으로 모든 게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피해자 개개인의 마음을 다독이는 이해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과거의 안 좋았던 양국 관계가 반복될까 걱정된다.
-백 고문 : 총리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APEC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지만 그 이면에 여전한 우려가 담겼다고 본다.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이해하기 힘든 행보와 보수 성향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불식되고, 한일 관계가 원만히 풀리길 바란다. 다카이치 신임 내각 하에서 동북아 정세, 특히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보나.
지난 5일 일본 도쿄도 치요다구 나가타초 주젠빌딩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총리가 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도쿄) 김창현 기자 chm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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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아닌 평화 위해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 실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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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야마 전총리 : 말씀대로 다카이치 총리가 상당 부분 우익에 편중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그와 반대로 왼쪽에 편중된 입장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이 한일 회담에서 '걱정이 사라졌다'고 말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 전까지는 상대를 신용할 수 없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말씀하신 것처럼 그 말 이면에 숨겨진 우려가 있다는 해석에 나도 동의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 국회에서 밝힌 일·중관계 구상은 매우 모순된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만들자면서 실제로는 동북아의 중심인 중국을 배제하려는 입장이다. 이는 아베 총리 때부터 이어진 '중국 포위망' 구축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심지어 한일 협력조차 중국을 포위하고 견제하기 위한 발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백 고문 : 총리가 지적한 '모순'에 공감하고 현 세계 질서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과거 총리 재임 시절 한일 관계가 좋았던 것은 전향적인 과거사 인식과 더불어 역내 화합을 위한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라 본다. 이는 패권이 아닌 평화를 위한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 세계 질서는 모순을 넘어 '위험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얼마 전 발표된 카네기국제재단의 보고서를 보니 특히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세계 시장경제를 훼손하는 중요한 위협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이 있다. 총리는 앞으로 세계 질서가 좋은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는가, 아니면 '모순 그 자체'로 가고 있다고 보나.
▶하토야마 전총리 : 좋은 방향으로 가길 바라지만 세계가 점점 더 분열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미중 패권 경쟁이다. 이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으며 분열되고 있다. 대부분은 양쪽 모두와 좋은 관계를 원하지만 이것이 허용될지 모르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과 상관없이 오직 미국 경제 이익을 위해 관세 전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이러한 미중 경쟁과 세계의 분열은 트럼프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분열의 시대이기에 아시아만이라도 서로 협력하자는 취지로 '동아시아 공동체' 재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중편에서 계속)
(도쿄/정리)=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정리)=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도쿄/대담)=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대담)=백용호 머니투데이 상임고문 겸 글로벌코리아인사이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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