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장동 항소 포기
‘직급 막론’ 검찰 조직 폭발
“검찰 본연의 의무 버려”
법무부 장관 직관 불허 조치
실무 검사 고충도 작용
검찰 내부 정 장관에
정치적 입김 불만 폭발
10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과천 법무부 청사 출근길에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10 윤동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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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대장동 항소 포기'로 촉발된 검란(檢亂)에 대해 한 검사장은 이같이 말했다. 정부·여당의 검찰청 폐지 추진에도 내부 반발이 잠잠했던 검찰 조직이 항소 포기 문제를 두고 폭발하고 있다. 총장 보좌 조직인 대검 연구관의 용퇴 촉구부터 전국 검사장 집단 성명까지 직급을 막론하고 동요하고 있다. 외부요인에 가까운 '검찰청 폐지'보다 검사의 본질적 책무인 '공소 유지'를 스스로 내려놓은 이번 결정이 훨씬 더 치명적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전례 없는 항소 포기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은 2021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래 4년 만인 지난달 31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검찰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통령을 수사의 정점으로 특정하고 2023년 1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의 1심에서 검찰 구형과 달리 일부 무죄가 선고됐음에도, 지휘부는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의 한 간부는 "항소 포기는 검찰 본연의 의무를 내려놓은 일"이라며 "사표를 내고 항소도 제기했어야 했는데 이를 하지 않은 것은 사법적 판단의 기회를 검찰 스스로 포기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검사장은 "1심에서 일부 무죄가 나도 2심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많다"며 "항소는 원칙적인 절차로, 이 경우 '기계적 항소'가 아니다. 항소포기를 지시했다고 밝히는 순간 직권남용을 자백하는 꼴이라 어처구니 없다"고 직격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의 부재와 대행 체제의 리더십 부족이 엮인 충격적인 사안이라고 보고 있다. 한 전직 고위 검사는 "직을 걸고 항소를 관철한 검사가 없었다는 게 안타깝다"면서 "권력을 추종하고 정권에 부역한 검찰만 있었다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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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검사 공판 참여 불허 여파
이번 사태의 근원에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검사의 직접관여) 불허' 조치로 인한 실무 검사들의 고충도 작용했다. 정 장관은 취임 직후 "장기 직무대리 검사는 원대복귀시킨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 결과 수사검사가 다른 청으로 인사 이동한 뒤에도 공판에 직접 참여하던 관행이 사실상 금지됐다. 이 조치는 겉으로는 '확증편향과 객관의무 위반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현실에서는 공소유지력의 급격한 약화를 불러왔다. 주요 사건의 수사기록은 수만 페이지에 달한다. 기록을 꿰뚫고 있는 수사검사가 공판에 참여하지 못하면, 사건의 맥락이 공판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항소기한에 맞춰 항소장을 내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긴다.
대장동 사건 역시 수사팀 검사의 다수가 중앙지검으로 직무대리를 받아오지 못했다. 결국 항소장을 제출하려던 실무진이 대검 반부패부의 불허 지시에 막혀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한 검사는 "수사도 하지 않은 공판검사가 항명으로 인한 불이익까지 감수하면서 항고장을 낼 수가 없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불만은 이전부터 쌓여 있었다. 1심에서 무죄가 나온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 사건 역시 수사검사가 직접 공판에 참여하지 못해 공소유지가 흔들렸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결국 실무진은 이번 결정을 단순한 절차 문제가 아니라 '수사 주체로서 검사의 배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직관 불허는 제도적 통제라기보다 공소 유지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장관으로 향하는 반발
검찰 내부의 분노는 단순히 직무 환경의 문제를 넘어 정 장관의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정치적 입김 작용에 대한 불만이 쌓여 폭발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과도한 공소유지를 막겠다"고 언급했는데, 당시부터 "공소유지는 검찰의 본질인데 그걸 '과도하다'고 말한 장관은 처음"이라는 검찰 내부의 의구심이 팽배했다. 최근에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대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을 둘러싸고 이 대통령 '제3자 뇌물혐의'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 지휘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정 장관이 대통령 사건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졌다. 한 검찰 간부는 "외풍을 막을 총장이 없고, 수사팀을 지켜줄 지휘부가 없는데다가 장관이 '정치검찰'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정치적으로 움직인다는 불만이 팽배한데, 당연히 검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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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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