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범어·봉선…학군이 곧 집값
광주지하철 1호선 남광주역에서 대남대로를 따라 남쪽으로 차로 이동하면 작은 사거리가 나온다. 좌회전해 봉선중앙로를 따라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쌍용사거리가 위치한다. 이곳이 ‘광주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봉선동 학원가다. 봉선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건물을 둘러보면 학원밖에 보이지 않을 정도다. 쌍용사거리를 중심으로 200개가 넘는 학원이 모여 있다.
이곳에는 유흥시설이 많지 않다. 주요 상권에는 학원이나 일반 음식점밖에 없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됐다.
덕분에 봉선동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일찍부터 광주를 대표하는 학군지로 불려왔다. 봉선동 학원가 남쪽에 위치한 불로초는 광주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초등학교 중 하나다. 불로초를 중심으로 주변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 단지는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
대표 단지가 한국아델리움1차다. 불로초 남쪽에 위치한 이 단지는 2006년 준공했으며 총 6개동, 410가구로 구성됐다. 대단지도, 신축도 아닌 이 아파트는 광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분류된다. 단지와 붙어 있는 불로초는 물론 광주 명문으로 꼽히는 문성중·문성고까지 배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성중·고는 한국아델리움1차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위치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아델리움1차 전용 129㎡는 올해 9월 15억1000만원에 거래됐다. 2022년 3월 전고점(15억8000만원)에 거의 근접한 가격이다. 가장 넓은 면적인 전용 192㎡의 경우 올해 9월 19억98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아델리움1차는 대부분 대형 면적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3.3㎡당 가격으로 살펴봐도 광주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힌다. 비록 구축이지만 우수한 학군, 대형 면적 희귀성 등으로 의사 등 고소득자 수요가 높은 단지다. 반면 단지 규모는 작아 팔려는 사람은 없다 보니 가격은 계속 오르는 추세다.
대형 면적이 주를 이루는 한국아델리움1차와 달리 한국아델리움3차는 전용 84㎡ 중심으로 구성됐다. 한때 전용 84㎡가 1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후 가격 조정 과정을 거치며 지금은 8억~9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한국아델리움3차 시세는 반경 2㎞ 내에 위치한 초역세권 랜드마크 단지인 무등산아이파크와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2017년 준공한 무등산아이파크는 남광주역과 도보 1분 거리 초역세권 단지다. 하지만 학군 등이 아쉽다는 평가 속에 전용 84㎡가 5억~6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국아델리움3차와 비교하면 30~40% 차이가 난다.
봉선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봉선동은 공급량이 적어 대부분 구축 단지로 구성됐지만 꾸준히 매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광주 전반적으로 구축 아파트는 하락세를 보이지만 학군지만큼은 예외”라고 말한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은 신축 아파트가 드문 데다 새로 생겨난 학원가를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쌍용더플래티넘사직아시아드(914가구)’ 같은 준신축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다. (윤관식 기자) |
탄탄한 지방 학군지
집값 하락 시기에도 가격 방어
지방 부동산은 수도권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며 일부 지역은 미분양 적체에 시달린다. 다만 지방 대표 학군지들은 수요가 몰리며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 동래구 사직동, 대구 수성구 범어동, 광주 남구 봉선동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0월 4주(27일 기준) 부산 동래구 주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0.07%로 나타났다. 부산 전체 상승률(0.0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대구의 경우 전체 상승률은 마이너스(-0.04%)였지만 수성구는 보합세(0%)를 유지했다. 광주 또한 전체 상승률은 보합세지만 봉선동이 위치한 남구 상승률은 0.03%를 기록했다.
부산은 학원 숫자만 보면 해운대구 좌동이나 수영구 남천동, 북구 화명동 등에도 수백 개 학원이 밀집했다. 하지만 학교 진학률이나 전반적인 교육환경 등을 고려하면 해운대구 센텀시티와 동래구 사직동을 부산 학군지 ‘투톱’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센텀시티에는 학원가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 중이다. 해운대구 우동 대우트럼프월드센텀 전용 108㎡는 올해 7월 22억8000만원(38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84㎡ 또한 올해 10월 15억7300만원에 거래되며 9월 대비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전통적인 부촌인 센텀시티와 달리 사직동은 야구와 교육의 도시로 알려졌다. 요즘 사직동 학원가는 중심축이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직야구장 북쪽에 학원이 밀집했지만 종합운동장사거리를 중심으로 아시아드대로변 쪽에 학원가가 늘어나는 추세다. 신축 아파트인 쌍용더플래티넘사직아시아드(2020년 입주, 914가구)와 사직롯데캐슬더클래식(2017년 입주, 1064가구)이 입주했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가 드문 사직동 특성과 함께 새로 생겨나는 학원가를 도보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두 단지는 사직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꼽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쌍용더플래티넘사직아시아드 전용 84㎡는 올해 10월 초 10억43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가격이다. 2022년 한때 12억원에 거래된 후 줄곧 내리막길이었으며 올해 3월만 해도 9억원 초반에 거래됐지만 바닥을 찍고 점점 상승 추세다. 현재 나온 매물은 대부분 11억원 전후로 호가가 형성됐다.
청약 시장에서도 사직동은 인기다. 현대건설이 짓는 힐스테이트사직아시아드는 지난 9월 1순위 청약에서 총 144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466명이 신청했다. 평균 17.1 대 1의 경쟁률이다. 부산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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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범어동 전고점 육박
청약 시장 경쟁률도 72.5 대 1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다고 알려진 대구에서도 대표 학군지 수성구는 가격 방어가 안정적이다.
수성구의 경우 대구 지하철 2호선 범어역에서 만촌역까지 이르는 달구벌대로에 학원가가 밀집했다. 이곳에 있는 학원 숫자만 200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달구벌대로 남쪽에는 수성구 내 명문 중·고등학교가 밀집해 있다. 학원가가 있는 달구벌대로 주변과 남쪽 학교를 중심으로 이 일대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단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7월 수성구 범어동에서 분양한 대구범어2차아이파크 전용 84㎡ 분양가는 약 11억원. 시장 예상보다 높은 분양가였지만 평균 72.5 대 1, 최고 148.5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경신고, 대구과학고 등 명문 학교가 인접해 있고 학원가와 가까워 학부모 관심을 이끌었단 평가다.
실거래 사례를 살펴봐도 수성구 학군 프리미엄이 눈에 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둔 범어자이 전용 84㎡ 분양권은 올해 8월 10억7082만원(9층)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2020년 준공한 힐스테이트범어 전용 84㎡는 올해 9월 16억63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한 달 새 1억원 이상 올랐다. 2021년 최고가(17억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지만 명문 학군이 형성된 지역은 지방이라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학군 프리미엄이 확인되고 있다. 주택 시장 주요 수요층인 30~40대 학부모 학군지 관심은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승태 감정평가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34호 (2025.11.12~11.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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