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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스마트폰 소식

    [보니하니]"말 한마디면 세계 일주"…갤럭시 XR 써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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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에 펼쳐진 로마·라스베이거스·디즈니랜드
    하늘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360도 시야
    AI 비서 '제미나이' 함께한 가상 세계 여행
    '일상 플랫폼' 되기 위한 세 가지 과제


    비즈워치

    갤럭시 XR./사진=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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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콜로세움으로 데려다줘."

    짧은 한마디를 내뱉자 순식간에 로마 상공으로 이동했다. 삼성전자의 확장현실(XR) 헤드셋 '갤럭시 XR'과 함께한 5일 동안 평범한 거실은 연일 세계 여행의 출발지가 됐다. AI 비서 '제미나이(Gemini)'가 이끄는 여정은 의외로 정확했고 몰입감은 놀라울 정도였다.

    낯선 세계로의 초대

    상자를 열자 반듯하게 정돈된 구성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본체, 글래스 커버, 전용 배터리팩, 케이블과 충전기, 그리고 작은 클리닝 천. 꼭 필요한 것만 담긴 단정한 세트였다.

    차분한 메탈 컬러는 고급스럽고 매끄러운 표면은 손끝에서 차갑게 반짝였다. 545g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지만 손에 쥐면 묘하게 안정적이다. '무겁다'보다는 '단단하다'는 표현이 더 가깝다.

    착용감은 예상보다 편안했다.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살짝 쏠리지만 뒷머리 밴드가 균형을 잡아 얼굴이 눌리거나 흔들리지 않는다. 광대를 압박하지 않고 머리선을 따라 부드럽게 감싸며 '쓴다'기보다 '얹는다'는 느낌이 든다(한 시간 이상 착용하자 이마 쪽에 약한 압박감이 느껴졌고 잠시 뒤엔 가벼운 두통이 살짝 왔다.).

    전원 버튼을 누르자 시야 한가운데 반투명한 화면이 천천히 떠올랐다. 이마와 코 사이 거리를 자동으로 인식해 초점을 맞추는 과정은 짧지만 정교했다. 이후 손가락을 오므리는 '핀치' 제스처를 익히고 구글 로그인과 삼성 계정을 연동하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그 순간부터는 '진입 중'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거실이 여행지가 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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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XR로 본 콜로세움 이머시브 뷰. 로마 전경이 360도로 펼쳐졌다./영상=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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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오래 머문 앱은 구글 지도였다. 제미나이에 "콜로세움으로 데려다 줘"라고 말하자 불과 몇 초 만에 로마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머시브 뷰를 누르니 붉은 지붕 사이로 원형 경기장이 드러나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거리와 건물이 시야에 따라 움직였다. 드론을 타고 도시 위를 선회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유튜브에서 '360도 콜로세움 가상투어 영상'을 재생하자 몰입감은 한층 깊어졌다. 하늘과 바닥까지 이어진 장면이 믿기 어려울 만큼 사실적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돌기둥과 통로가 눈앞에 펼쳐지고 고개를 숙이면 검게 변색된 경기장 바닥이 보였다. AI 도움 없이도 시선만으로 공간을 탐색할 수 있었고 그 감각은 '여행'이라기보다 '시간 이동'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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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XR로 본 콜로세움 내부 360도 투어. 실제 공간에 서 있는 듯한 현장감이 인상적이다./영상=유튜브·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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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로세움을 빠져나오며 "로마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을 알려줘"라고 하자 제미나이는 트레비 분수, 판테온, 포로 로마노, 바티칸 미술관을 차례로 추천했다.

    "바티칸 미술관으로 가줘." 순식간에 눈앞이 바뀌며 관광객과 노점상, 흰색 승용차까지 생생하게 구현됐다. "이 미술관엔 어떤 작품이 있지?" 묻자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대표작"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잠시나마 진짜 현장에 서 있는 듯했다.

    "이번엔 라스베이거스로 데려다 줘." 이머시브 뷰가 켜지자 사막 한가운데 드넓은 도시가 펼쳐졌다. 쨍한 햇살 아래 유리 건물들이 반짝였다. 벨라지오 분수와 MGM 리조트, 에펠탑 모형이 실제처럼 솟아 있었다. 뜨거운 공기마저 느껴질 만큼 한낮의 라스베이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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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 롤러 관람차에서 본 라스베이거스 야경. 불빛의 입체감이 압도적이다./영상=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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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미나이는 '하이 롤러'를 인기 명소로 추천했다. 세계 최대 원형 대관람차로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했다. 거리뷰로 전환하자 화면이 서서히 어두워지며 야경으로 바뀌었다. 창밖으로 번지는 불빛과 분수 쇼의 음악이 공간 전체를 감쌌다.

    다음 목적지는 LA 디즈니랜드. 초록 숲과 형형색색의 놀이기구가 가득한 파크가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졌다.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장난감 도시 같았고, 거리뷰로 바꾸면 미키 머리띠를 쓴 아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무대 위 아이돌이 눈앞에

    여행을 마친 뒤엔 유튜브로 3D 음악 영상을 재생했다. (여자)아이들의 'TOMBOY' VR 무대였다. 멤버들이 눈앞에서 춤추고 노래하자 카메라 화면이 아니라 실제 무대가 움직이는 듯했다.

    입체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인물과 배경 간격이 또렷하게 구분되고 조명과 음악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 그 순간만큼은 '영상'이 아니라 '실제 공연'이었다.

    갤럭시 XR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완성도는 분명했다. 시야를 채우는 두 개의 4K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는 인치당 4032픽셀로 애플 비전 프로보다 한층 세밀하다. 시야 왜곡이 거의 없고 색 재현력도 뛰어났다.

    우퍼와 트위터를 갖춘 2웨이 스피커는 머리 주위를 도는 듯한 입체 음향을 구현해 현장감을 높였다. AI 기반 '서클 투 서치' 기능은 눈앞 사물을 인식해 즉시 정보를 띄워주는 방식으로 신선함을 더했다.

    세상 어디든 즉시 이동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AI 여행 메이트이자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이머시브 뷰의 몰입감과 제미나이의 실시간 해설이 더해지자 익숙한 공간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확장됐다. XR을 통해 공간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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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럭시 XR로 본 (여자)아이들의 'TOMBOY' 3D 공연./영상=유튜브·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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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단점도 있었다. 초기 세팅 과정이 다소 번거롭고 외장 배터리팩을 케이블로 연결해야 해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점이다. 또 장시간 사용하면 화면 상단부에서 열이 오르고 영상 재생 기준 약 2시간 30분이 지나면 배터리가 거의 바닥났다. 영화 한 편이면 끝나는 셈이다. XR 전용 콘텐츠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가격은 269만원. 애플 비전 프로(약 500만원대)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70만원대 메타 퀘스트3와 비교하면 여전히 '프리미엄 기기'에 가깝다. 무게·가격·콘텐츠 이 세 가지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XR이 '체험'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을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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