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포항에서 동쪽으로 70km 떨어진 해상을 이동 중이던 7600톤급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DDG-993) 승조원들이 전투 태세에 돌입했다. 다수의 항공기와 유도탄을 탐지하는 가상의 상황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이날 서애류성룡함은 지난 2월 제주해군기지를 모항(母港)으로 해군 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된 이후 첫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에 참여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남해와 동해에서 이뤄진 이번 훈련은 김인호(소장) 사령관이 직접 서애류성룡함에 탑승해 지휘했다.
잠시 후 전탐(전파탐지) 부사관이 “대공 레이더상 미상 비행 물체”를 보고했다. 레이더로 식별한 형상, 침로(針路), 속력, 고도 등이 남하 중인 적의 항공기로 판단되자, 서애류성룡함은 인근 아군 전력에 대공 방어를 제공하기 위한 SM-2 함대공(艦對空) 유도탄 교전 준비에 돌입했다. 전술통제관이 “SM-2 교전”을 지시하고 SM-2 8발이 발사되자, 레이더 화면에 보이던 적기 4대가 사라졌다. 격추 완료였다.
10일 동해상에서 실시한 해군 기동함대의 첫 ‘함대급 해상 기동훈련’에서 함정들이 전술 기동을 하고 있다. /해군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거북선’ 마크를 단 해군 기동함대사령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Chain) 등 한국형 ‘3축 체계’의 해상 기반 핵심 부대다. 각각 동해·서해·남해 방어를 담당하는 해군 1·2·3함대와 달리 관할 해역 없이 유사시 전방에 신속히 투입된다. 해상 교통로 보호와 해외 파병 등 원해(遠海) 작전도 수행할 수 있어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 취지에도 부합한다. 앞으로 우리 해군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도입되면 기동함대사령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훈련에도 사령관과 함대 참모진이 모두 해상에 전개해 대함전·대잠전·방공전 등 복합 상황 대응 훈련을 했다.
이번 훈련엔 서애류성룡함 외에 8200톤급 정조대왕함, 7600톤급 율곡이이함까지 국내 이지스구축함 4척 가운데 별도 작전 중인 세종대왕함을 제외한 3척이 사상 처음 한자리에 모였다. 4400톤급 구축함 왕건함·강감찬함, 4200톤급 군수지원함 천지함·대청함, 항공기 3대도 참가했다.
[포항=양지호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